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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Feb 04. 2022

느림이 머무는 곳,  대만 타이동

동쪽으로 갈수록 '정' 적인 곳.

언제부턴가 한국인들에게 대만은 익숙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대만? 거기는 어디야?"라고 물었던 사람이 대다수였던 반면 이제는 그렇게 되묻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졌다. 어느덧 대만은 우리에게 친근하고 가까운 이웃 나라가 된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지역' 들은 많다.

 

'타이동? 한 번쯤 들었을법한 이름이지만 대부분은 가본 적 없는 곳'이라고 정의하면 좋을 듯하다. 대부분은 수도 타이베이 등 직항이 있는 도시 위주로 방문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은 진주 같은, 여전히 갈 곳이 많은 나라이다.


가오슝을 중심으로 차를 타고 남부로 2시간 정도를 달리면 1년 내내 열대야 날씨를 자랑하는 대만의 최남단 컨딩이 있고 위쪽으로 기차를 타고 20분만 가면 다양한 먹거리로 소문난 타이난이다. 특히 타이난은 기차를 내려서 조금만 거닐면 라오지에(老街)를 중심으로 한때 대만의 임시 수도였던 타이난의 역사와 과거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타이난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아리산으로 유명한 '자이' 도 있는데, 너무 멀리 간 듯하다.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오자. 타이동은 앞서 '녹도 이야기'에서도 언급했지만 가는 길이 참 복잡하다.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교통편은 바로 Local 기차이다.

<가오슝에서 타이동, 시간대를 잘 맞추면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타이베이 출발 기차로는 무려 5시간이 걸리고 가오슝에서 출발하면 3시간이 걸리는 어디서 출발해도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닌 곳에 위치한 곳. 그래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서 '모르는 사람 뒤통수 구경만 하고 오는 지우펀보다는 고즈넉이 대만스러움을 느끼기 좋은 곳' 이 아닐까 싶다. 온천과 계곡도 위로 올라갈수록 물이 맑고 깨끗한 것처럼 말이다.


타이동을 여행하지 않았다면 대만을 여행하지 않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타이동 여행을 다녀온 소감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이는 물론 내가 지어낸 말이다. 그만큼 타이동 여행은 내가 알던 대만과 또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공간으로 진입하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이란, 루 오동 지역도 있지만 한 곳만 꼽으라면 타이동이 될 것이다.



원주민이 사는 곳

타이동에도 소수민족의 원주민들이 산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타이동에서 본 적은 없었다. 대부분은 산속 깊은 곳에서 살고 있기도 하지만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자녀들은 정부의 지원과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도시에서 교육받고 성장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도시에서도 종종 볼 수 있지만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상상하는 원주민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핑하기 좋은 곳

잘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는데 대만이 이외로 해외 서퍼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서퍼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수온과 파도'인데 대만에서 서핑하면 제일 유명한 곳은 앞서 말했던 '컨딩'이라는 지역이다. 그런데 컨딩은 이미 소문명소라 항상 붐비는 곳이기에, 타이동은 조용히 혼자만의 서핑을 즐기고 싶은 서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즐기지 않는 스포츠다 보니 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데, 겨울만 되면 타이동을 찾는다는 어느 한국인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발리보다 이곳이 서핑하기 좋아서 매년 겨울이 되면 이곳을 찾는다" 고 한다. 그리고 무비자로 90일을 꽉 채운 후에 돌아간다고 한다.



타이동의 특산물 '석과'

대만에는 정말 달콤한 열대 과일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망고와 대왕 수박 정도만 알려져 있는 것 같아서 타이동 특산물로 알려진 '석과'라는 과일을 소개하려고 한다. 겉모습과 다르게 속은 부드러워서 입에 넣는 순간 그대로 사라지는 마술 같은 과일이다. 최근 한국에도 수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지에서 사 먹던 가격에 익숙한 터라 쉽사리 손이 가지를 않는다.

<겉껍질은 수박처럼 딱딱하며, 손가락으로 눌러서 살짝 들어갈 때가 제일 맛있게 잘 익었을 때이다>



정(靜)적이면서, 또 '정(情)' 이 있는 곳

나름 이 나라 저 나라 다녀보면서 느낀 점은 '시골 인심이 좋다'라는 말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화가 잘 되어 있는 대만의 경우도 도시와 시골의 분위기는 분명히 온도溫度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몸소 체험한 것도 바로 타이동에서였다.


타이동을 떠나던 날, 기차역을 가기 위해서 지도를 보니  5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시골이다 보니 버스 배차는 드물었고 그렇다고 혼자서 택시를 타자니 괜스레 아까운 마음에 걷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걸으면 1시간 만에 도착할 터였다. 그런데 한 여름 5km 이동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택시라도 탔어야 하나?'라는 후회가 찾아들 때쯤. 오토바이 한 대가 요란한 쇳소리를 내며 내 옆으로 멈춰 섰다. 그리고 기차역으로 가냐고 묻너니 '응'이라고 답하는 나에게 대뜸 뒷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여기는 시골이어서 헬멧은 안 써도 된다는 말과 함께)


나는 누가 봐도 기차역으로 가는 낯선 이방인 같아 보였나 보다.


오토바이에 올라타니 내 것이 아닌 줄 알았던 다리가 다시 돌아온 듯했고, 신나게 달리는 바람에 짭조름한 땀이 입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바람은 무척이나 맑고 시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머니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반가웠는지 내릴 때까지 유쾌함과 반가움이 섞인 목소리로 자기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바람 소리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는 기차역 앞에 나를 내려주며 고마워하는 나에게 기차에서 먹으라고 구아버 하나를 손에 쥐어 주었다>


타이동 여행이 좋았던 이유는 화려함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름다움도 아니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공간 속 '멈춰진 세상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곳곳에서 느껴지던 느림이라는 공간. 그 안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흐려진 마음을 비워낼 수 있어서였다. 게다가 대만에 처음 왔을 때 어색함 속에서도 느껴졌던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 어쩌면 오랜 대만 생활로 잠시 잊고 지냈던 그때 그 감정을 다시 일깨워준 곳이 아닐까?



P.S

대만에서는 수도 타이베이를 제외하면 택시를 타기 힘든 곳이다. 제일 큰 이유는 다들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택시 시장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제2의 도시 가오슝의 경우도 택시를 이용해야 할 때는 꼭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거리에서 택시를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타이동처럼 상대적으로 더 작은 시골 동네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대만 시골에서 택시는 타게 되면 2가지만 알아두면 좋다. '미터기는 없지만, 합승은 있는 곳' 어차피 시골에서 택시로 가야 할 곳이 뻔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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