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예전에 흑당버블티가 유행할 때 브런치에 쓴 글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글에서 언급한 대로 되고 말았다. 그 와중에 마라탕정도가 붐을 넘어 새로운 식사 메뉴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느낌이기는 하다. 사실 위에서도 붕어빵을 예로 들어서 언급했지만 한 때 대만 브랜드들이 한국으로 우후죽순 진입할 때 'NEXT BRAND는 무엇이 될까?'라는 상상을 할 때 관심 밖이었던 것이 바로 탕후루였다.
그런데 어느새 탕후루라는 과일과 설탕시럽 단 2개의 재료로 만들어진 그렇다고 타르트처럼 놀라울 정도로 이쁘지도 않은 평범해 보이는 과일 꼬챙이가 어느 순간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우후죽순 생겨난 걸까? 그리고 이로 인해 문제점은 무엇일까?
1. 낮은 진입장벽 + (결국은 공급 과잉으로)
대한민국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수보다 많은 것은 이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낮은 진입장벽이다. 어쩌면 탕후루 또한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낮은 '창업 비용'도 한몫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탕후루는 치킨가게와 많이 닮아 있지만 업무 강도는 오히려 더 낮다. 좁은 공간에서 기름 냄새 맡고 땀 흘려가며 일할 필요도 없고 퇴근할 때 기름 냄새 베인 옷을 입고 눈치를 보며 지하철을 타는 일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낮은 진입장벽은 새 출발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순간발목을 잡기도 한다. 즉 나눠 먹기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특히 외부 유입이 거의 없는 신도시 같은 곳은 번화가와 다르게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유행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번화가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괜찮다고 본다)
2. 차별점 없는 제품의 한계
사실 이건 첫 번째 이유보다 더 중요하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공급이 넘쳐나더라도 수요를 흡수할 경쟁력을 갖추면 문제가 없다. 참고로 점포 수가 많은 것은 영향력은 있지만 절대적인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탕후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긴 했지만 결국 탕후루는 식사가 아닌 디저트이다. 그러니까 엄밀히 의식주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게다가 선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디저트 특성상 큰 차별점이 없다.
예를 들어서 오늘 점심으로 "이 집 김치찌개가 맛있어! 이 집 가자!"라고 하면 그곳은 동네 상권이라고 할지라도 경쟁사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수요를 흡수하는 공급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커피와 치킨도 브랜드별로 어느 정도의 차별점이 있고 브랜드별로 마니아층들이 있다.
그러나 탕후루는 무엇으로 차별화를 둘 것인가? 물론 약간의 베리에이션을 통해서 조금은 개성의 변화를 줄 순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고객을 확 끌어당기는 경쟁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탕후루의 경우는 한마디로 그냥 '탕후루'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기 브랜드! 이 집은 탕후루 맛집!'이라는 구분이 없는 것이다. 그저 '과일 + 설탕'이 전부인 식후에 안 당기면 꼭 먹지 않아도 되는 그저 간식거리이고 담배가 필요할 때 가장 가까운 곳을 찾게 되는 편의점과 별반 다를 바 없다.
3. 겨울 매출 하락
대게 겨울이 되면 고객들은 바깥보다 실내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탕후루는 대부분 휴게음식점이 아니라 즉석판매제조업이다.
이 말은 매장 내에서 먹을 수 없으며, 일반 카페나 음식점들도 탕후루가 꼬챙이 문제 때문에 들고 들어올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응 추운 날씨에 밖에서 먹어야 하는데 손에 쥐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얼죽아'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한 겨울에도 차가운 음식에 진심인 대한민국이지만 자칫 하면 탕후루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에게는 정말 추운 계절이 될 수도 있다. 꼭 먹지 않아도 되는 디저트를 한 겨울에 길거리에 밖에 못 먹는다면?
이미 시작된 폐점
언론사들도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실제로도 탕후루는 유행을 탄 시점 대비하여 폐점 속도가 빠른 편이다. 얼마 전 당도에 대한 이슈로 모 브랜드가 국정 감사까지 출동하고 꼬챙이에 대한 위생적 이슈가 있긴 했지만, 대만 카스텔라처럼 직격탄을 맞을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폐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예비 창업자라면 더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핵심은 개점 이후 폐점까지 걸린 시간인데 짧게는 1개월에서 3개월 만에 폐점을 한 곳도 있다는 것이고, 이 말인 즉 점점 증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 출처 : 한경닷컴, '신현보' 기자. 10월에만 22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탕후루가 해외에 진출한다면?
차라리, 탕후루가 베트남 같은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면 어떨까? 특히 베트남의 경제도시 호찌민은 젊은 층들의 분포도가 높기에 유행에 민감하고, 이제 막 사회주의 국가 이미지를 벗어나 해외 외식업 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일이 훨씬 싸고 종류도 많지 아니한가? '싸게 매입해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더운 나라 특성상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단 것을 섭취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추상적인 생각일 뿐이고 나 또한 코로나 이후 호찌민을 방문하지 못해서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조금 다를 수 있으니 이 내용은 가벼운 의견정도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P.S
탕후루는 산사나무의 열매(탕후루 가게 들어가면 입구에 꽂혀 있는 붉은색 열매가 바로 그것)가 그냥 먹기에는 너무 신 까닭에 설탕시럽을 같이 먹게 된 것이 유래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산사열매 대신 다른 과일들로 판매를 하고 있으니 Original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탕후루의 원조 국가 중국에서는 '겨울철 간식'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현지에서 팔고 있는 '탕후루' 한자를 보면 얼름 빙 '氷'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중국 현지인들 혹은 중국에서 오래 거주했던 한국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탕후루는 겨울철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오히려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하고 있으니 이것 참 아이러니하다. 우선은 다가오는 겨울 탕후루 시장과 소비자들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그리고 내년 봄에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