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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결심

여행의 보편적 의미, EPISODE 6.

by 타이완짹슨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던 두 번째 여행도 끝이 나 버렸다. 다행인 것은 첫 여행보다는 후유증이 크지 않았다는 것 정도. 그럼에도 1년에 한 번 있는 하계휴가를 끝낸 후 사무실 책상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가 않아 졌다. 아니 정확히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회사였기에 넘치는 애사심과, 대기업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안정적인 급여는 주변의 부러움이었다. 게다가 명함 하나로 모든 설명이 가능했던 생활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였다면, 이제 그 이유들로부터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해?


초 심

문득 입사할 때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떠 올랐다. 업계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입사를 했고, 신입사원 연수 마지막 날에는 '대표님과의 시간'이라는 으레 요식행위에 가까웠던 자리에서 손을 번쩍 들면서 "어떻게 하면 대표님처럼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는 질문으로,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동기들은 물론 바쁜 일정에도 이곳을 찾아와 준 주요 임원분까지 순간 얼음을 만들어 버렸던.

그래서 유명해짐과 동시에 찍혀버렸음에도 패기 하나는 꺾이지 않았던 나였지만, 여행 후에 나는 더 이상 그때와 같지 않았다.

고작 두 번의 여행이 나를 이렇게까지 변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일상에서 그러한 생각이나 감정의 변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살았던 것을 아닐까?

6시 30분 통근 버스를 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끼를 회사에서 해결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잠이 들고 다음 날 또다시 출근을 반복했다. 쉬는 날에는 부족한 잠을 자다 보면 하루가 다 지나가고 금방 일요일 밤이 찾아왔다. 눈은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웃고는 있지만 머릿속은 다시 시작될 한 주 생각에 지끈거렸다. 당장 다가 올 내일도 스트레스였지만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1년 후 여름휴가를 기다리는 것이 더 큰 마음의 고통이었다. 초심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새로운 목표도 없이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나 자신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외국어 공부

두 번의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 점은 꼭 일본어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영어 몇 마디라도 해야지'였다. 그래서 주말에 과외 선생님을 찾아서 영어 기초부터 다시 시작을 했다. 동시에 첫 여행 도쿄에서 만난 지인이 알려준 '워킹 홀리데이'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검색의 파도는 유학원에서 주최 한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설명회까지 이어졌다. 지구 반대편은 한국이 낮이면 그곳은 밤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던 내게 설명회에서 얻은 정보들은 세 번째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내 마음의 길을 알 것 같았다.


정말 우리네 인생이 여행이라면, 이제는 인생의 여정을 위한 결심이 필요했다. 시작은 가깝고 짧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오래' 낯설수록 더 설레는 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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