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에서 온 이유
독서실을 결정할 때, 가장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내부 환경 → 거리 → 가격 '순이다. 다시 말해서 '저렴하거나 할인을 해준다고 한 들, 집에서 멀거나 원하는 분위기나 아니면 선택지에서 제외' 하는 것이다. 물론 타지에서 자취하는 대학생이라면 가성비를 더 중요시하겠지만, 대게는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된 환경과 깔끔한 시설을 더 중요시하게 되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내가 운영했던 독서실 환경은 꽤 괜찮았다고 자부한다.
파주는 도심일까, 시골일까?
대게 파주라는 곳이 시골 이미지(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한 명)가 강한 듯한데, 짧게나마 이곳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리고 오늘은 '맞는 절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파주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이곳의 면적은 꽤나 넓으며 남파주와 북파주로 나뉜다는 것이다. 남파주의 경우는 역 하나 차이로 1기 신도시 일산이기에, 행정 구역상 파주일 뿐 체감상 일산에 더 가깝다. 또한 신도시가 생겨나며 외지인들의 유입 또한 증가를 했다. 이에 반해 북파주는 지리적으로 북한과 인접해 있으며, 대게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결정적으로 같은 파주라 할지라도 '북파주의 체감 온도가 훨씬 춥다는 것?'이다.
홍대역 혹은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면 종점인 문산역으로 도착하는데, 이때 기차가 일산을 지나 점점 북쪽으로 향할수록 주변 풍경 또한 황량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후, 종점에서 하차하여 조금만 벗어나면 대부분의 동네는 '읍, 면, 리'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집들이 곳곳에 널 부러져 있는데, 대게는 자차 없이 마트 한번 가기도 힘든 집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곳에 독서실이 있을 리 만무하니, 조용한 공간을 찾아 모여드는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결국,
사실상 이곳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인데, 그렇다고 배짱 영업을 했냐고? 아니다. 오히려, 이곳까지 와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에 겨울에는 빠방 하게 난방을 가동했다.
가까이는 도보 2 ~3분 거리에 거주하는 회원들도 있었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읍, 면, 리에서 오는 경우 대부분은 20 ~ 30분씩 버스를 타고 오고는 한다. 게다가, 막차가 끊기기 전 부랴 부랴 11시 전에 퇴실을 하고는 한다.
차가 없으면 늦게까지 있고 싶어도 못 있는 것이다.
그렇게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회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사연을 조금을 엿들으면서 이 동네에 조금씩 알아가던 찰나. 임진각(책에서나 봤던)에서 오시는 회원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독서실은커녕 버스도 거의 없다시피 한 동네에서 합격이라는 목표 하나로 직접 운전을 하여 공부를 하러 오셨다. 처음 응시했던 시험은 안타깝게 낙방했었지만 '이곳에서 한번 더 겨울을 보낸 후 이듬해. 소방 공무원에 최종 합격'을 하였다.
가끔씩 내게 스타벅스 커피를 사다 주던 따뜻한 마음의 임진각 소녀. 지금도 내 마음속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기억되고는 한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함 덕분에 낯설었던 이곳 또한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