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사람들의 일상
오늘 처음 말 해보네요
이 한마디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동시에 내 주변으로 모든 소음이 차단되는 것 같은 음소거 현상과 정적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식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겨우 막았다. 자칫 동정심 같은 태도로 비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장님 덕분에 오늘 말이라는 걸 해 봤네요."
이 말을 끝으로 회원님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축 늘어진 어깨로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면서,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진정 힘든 것은 엉덩이 싸움이 아니라 지독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더 나아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아침마다 건네는 인사 한마디에 힘이 난다.'라는 말이었다. 반가움과 영업적 태도가 절반씩 섞인 인사였는데, 사람 마주할 일이 거의 없는 그들에게 반가움 섞인 인사 한마디가 햇볕 하나 들어오지 않는 0.3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던 것이었다.
대화가 없는 하루를 산다는 것
누군가는 그 시간조차 사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대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책상에 앉았을 때 금일 계획한 공부량이 밀리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사람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기 때문에 애초에 앉을 일을 안 만들려는 것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숨 쉴 구멍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 때로는 그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나누는 따뜻한 말 한마디일지도.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하루 평균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의 수가 약 16,000개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보통의 삶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빠삐용을 보면 주인공은 탈옥을 할 때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의 독방 생활을 선고받는다. 타인과의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고립시키는 것이 때로는 육체적인 형벌보다 가혹한 고문인 것이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사방이 꽉 막힌 작은 공간에서 공부만 하는 것은 정서적 고문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공평함은 '시간'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에, 이 또한 잘 쪼개 써야만 오늘의 노력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은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대화할 시간조차도 아껴가며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누군가는 늦잠을 자고 있을, 혹은 상쾌한 마음으로 브런치를 먹고 있을 일요일 아침에도 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각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저 그 방법과 과정이 조금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