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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생각보다 향기롭다, 사과의 기술

상대의 마음을 얻는 언어

by 갓기획


나는 프로야구의 오랜 팬이다. 벌써 30년째 지켜오고 있는 팬심인데,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팬심이 흔들리고 있다. 꼴찌를 오가는 응원팀의 성적도 한몫 하지만, 프로야구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개선의 여지가 없는 몇 가지 상황들로 인해 프로야구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 벌어졌던 승부조작 사건, 결정적인 순간마다 발생하는 오심 등은 프로야구에 대한 실망감을 키웠고, 가끔씩 경기 도중 보여지는 선수들의 예의 없는 장면에 오만정이 떨어진다. 특히 상대팀 타자를 공으로 맞히고 보이는 투수의 태도는 그야말로 예의 실종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떠나서 실수든 고의든 140km의 강속구를 선수 몸으로 던지다는 것은 엄청난 위협이고 명백한 실수이다. 하지만, 이때 투수들이 보이는 태도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동업자 정신은 온 데 간데없고, 오히려 ‘내 볼 맛이 어때?’ ‘앞으로는 조심 좀 하지?’라는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한다. 냉정하다 못해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화가 치민다.


‘사람이라면 기본 중에 기본인데,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야구단에 인맥이 있는 지인을 통해 이유를 알아봤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선수로서의 자존심, 팀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위협구를 던진 후에도 사과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이어진다.’


야구판에서는 ‘자존심’을 ‘예의’와 바꾸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회사판에서도 연출된다. 나의 잘못과 실수로 벌어진 일에 대해 좀처럼 사과를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사과를 하는 순간 내 잘못이 되고, 책임을 져야하기에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쉽지 않다. 결국 사과의 국면에서 핑계구를 던진다.


‘그게 아니라’ , ‘업체에서 지연시켜서’, ‘김대리가 자료를 안줘서..’


여기에 자존심까지 끼어든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이 나를 무능력하거나 무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약한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사과의 언어가 패자의 언어라고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과의 언어는 패자가 아니라 승자의 언어이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책임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겸손과 인정의 표현이자 모든 걸 극복하고 다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하다. 지금 당장은 자존심이 조금 상하더라도, 그것을 발판으로 더 나은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이다. 오히려 나약하고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사람이 사과에 인색하다.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사과는 아프다. 영어 Sorry의 어원도 Sore(아픈)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픔의 크기만큼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말자. 그리고 이왕이면 사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좋다. 사과의 기술 3가지를 소개해본다.


1. 사과는 깔끔하게 한다.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건지기 위해 사과 후에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 책임입니다.’가 군더더기 없이 좋다. ‘제가 바빠서. 잘 몰라서는’ 뒤로 넣어두자. 사과를 핑계와 콜라보 하지는 말자.


2. 인정과 책임을 표현한다.

‘죄송합니다.’가 끝이 아니라, ‘시간관리가 부족했습니다.’ ‘데이터를 잘못 분석했습니다’ 등으로 자신의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했고,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상대방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3. 개선 의지를 표명한다.

최고의 사과는 역시 진심으로 인정하고 반성한 후에 개선의 노력이나 방법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완벽한 사과는 추후에 동일한 상황에서 같은 장면을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를 보여주고 실천하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내가 위협구를 던졌으면 그 다음은 핑계구가 아니라 사과구를 던지자. 야구판이든. 직장판이든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가 판을 치는 세상이 만들어 지길 기대해본다. 사과는 생각보다 향기롭다. 사과의 기술로 회사에 좋은 향기를 풍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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