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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pr 09. 2020

제102화: 지금 우린 낀대, 그리고 언젠가는 꼰대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부제: 유튜브 드라마 '낀대' 감상평 



얼마 전 유튜브에서 '낀대'라는 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제목이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편당 15분 총 6편으로 구성된 짧은 드라마이기에 단숨에 몰아볼 수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끼인 세대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80년대생, 박교영 과장이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키고, 쓸데없는 정의감에 불타는 4차원 신입사원과 시도 때도 없이 '라때는 말이야'를 남발하며, TMI로 무장하여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부장. 그 둘 사이의 간극에서 방황하고 좌절하며 성장해 가는 인물이다. 위에서는 까이고 아래서는 치이는, 그래서 끼인 세대, 한마디로 낀대다. 


드라마는 어느덧 직장생활 8년 차에 접어들면서 숨어있던 꼰대 세포가 스멀스멀 스며드는 새내기 꼰대 박교영 과장의 삶을 중심으로 직장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맛 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세대 갈등의 풍파 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직장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드라마인 만큼, 드라마 속에는 여러 가지 꼰대 유형이 등장하는 데, 그중 세 가지만 꼽아본다. 


1.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꼰대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한다. 신입사원의 당돌한 태도에 분명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있을 법도 한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화부터 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이 실수였음을 깨닫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게다가 사과는 생각지도 않는다.  


2. 내로남불형 꼰대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신도 매번 지각을 하면서 8시 59분이 되어서 자리에 도착하는 신입사원이 못마땅하다. 과장은 되고, 신입사원은 안된다?라는 무논리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3. 내가 꼰대인지 모르는 꼰대 


꼰대는 진짜 내가 꼰대인 줄 모르는 걸까?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불편하고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후배 직원에게 버젓이 ‘나 커피 한잔 부탁해’라고 시켰던 자신의 행동을 당연시하고, 심지어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이 보이기 도 하지만, 이 드라마에 좀 더 공감했던 것은 일방적으로 윗사람 잘못이거나, 그들을 전형적인 꼰대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웃픈 현실을 균형감각 있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를 잘 보여주는 몇 가지 명장면이 있는데, 그중 세가지만 이야기해본다. 


명대사 1: 박교영 과장이 신입사원에게 한 말 


“하고 싶은 말 많겠지. 어딜 가나 불만이겠지 억울하고. 싫은데 먹고살아야 돼서 일은 하긴 하는데. 자존심은 있어서 굽히기는 싫고. 마음 편하게만 살고 싶고, 자기 할 것만 하고 살면 그만이지. 근데 아무도 그렇게 못살아요. 안 그러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마지막에 ‘아무도 그렇게 못 산다. 안 그러면 아무것도 못하니까’라는 대사가 왜 이렇게 가슴속으로 훅 들어오는 걸까? 물론 개인이 추가하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 가치들이 여럿 모인 회사에서는 과연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그 가치들이 충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회사에 규율이라는 것이 있고, 때로는 자기희생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명대사 2: 박교영 과장이 신입사원에게 한 말


“어렸을 적에는 일 만하는 아빠가 이해 안 갔는데..

 점점 아빠가 이해가 돼요.”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 지금의 내 눈높이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그 자리가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그 책임감의 무게, 그 삶의 노력, 지나온 경험을 지금의 내 기준으로 함부로 평가하지는 말아야겠다. 리더라고 해서, 상사라고 해서 무시하고 꼰대라고 비난하기 전에 그들의 입장이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있다.  


명대사 3 : 박교영 과장의 혼잣말 


“늘 나만 생각했다. 어중간하게 끼어서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도 어느 상황에선가 끼인 채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적어도 말없이 혼자 감내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더럽히기도 하며 살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씁쓸해질 내 모습을 원하지 않고 살았다.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꼭 좋은 사람의 의미가 착한 사람은 아니다. 때로는 쓴소리도 하고 싫은 소리도 하면서 그 자리에서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게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후배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총 6편의 드라마를 보고 나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부장 역할을 맡은 박철민 씨는 꼰대일까 아닐까? 물론 드라마에서는 의도적으로 꼰대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투영했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그의 인간미와 직원들을 위한 노력에 과연 그렇게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신입사원이나 과장과 마찬가지로 부장도 이 시대 직장인의 한명일뿐이며,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을 하는 상사일 뿐이다. 그도 한 명의 낀대일 뿐이며, 어쩔 수 없이 꼰대라는 이름의 탈을 쓴 선배이자 멘토는 아닐까'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는 드라마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 바라며, 킬링 타임용으로 힐링용으로 강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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