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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May 06. 2020

제106화 : 기브 앤 테이크 성공 방정식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회사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이 있지만, 그중에 사람들이 꼽는 기피 대상 1호는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이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나를 이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사람은 기피 대상 1호일 수밖에 없다. 처음 몇 번은 도와줄 수 있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테이크가 전혀 없이 기브만 일어나는 관계는 지속되기 힘들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면 평소에 테이크보다는 기브가 많은 사람들이다. 준만큼 돌려받는다는 원칙 앞에, 내가 먼저 줄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쌓아놓은 '기브(Give)'를 결정적인 순간에 '테이크(Take)'로 전환하여 활용할 줄 안다. 이것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기브 앤 테이크 방정식이다. 무조건적인 자기희생이 아니라,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먼저 기브를 쌓아가는 것이다. 관련해서 내가 알고, 실천하고 있는 몇 가지 기브 앤 테이크의 공식 3가지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상대방의 마음에 빚을 쌓아라.


심리학에는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받으면 이에 대한 보답을 하려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가게에서 샘플을 사은품으로 받은 사람은 화장품을 구입하는 비율이 실제로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호의를 베푼 사람의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부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설득하기가 쉽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요청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에 빚을 쌓는 것은 설득을 위한 중요한 밑 작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 용어로 ‘밑밥 깐다’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좀 더 고상한 비유로 말하면 농부의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내가 뿌린 씨앗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는 몰라도, 언제가 반드시 나에게 열매로 돌아온다. 빚은 갚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라,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쉽게 도움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내가 쌓아두는 빚이 반드시 금전적인 것이나 물질적일 필요는 없다. 단지 내 시간을 투자하여 만든 빚일 수도 있고, 때론 말 한마디, 마음 씀씀이 한 번이 상대방에게 빚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둘째, 물을 따를 때는 넘치도록 따라라 


신입사원 때 어떤 임원이랑 단독 식사 자리가 있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순간이었다. 밥이 넘어갈 리 만무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사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는 숟가락을 세팅하고 물 잔을 따르는 순간부터 이어졌다.


“임영균 씨, 내가 물 잔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 임영균 씨가 많이 따랐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한번 따라 보세요.” 


나는 물 잔을 거의 꽉 채우면서도, 물 잔을 들었을 때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의 마지노선인 9부 능선까지 물 잔을 채웠다. 센스 있는 조치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센스에 돌아오는 이사님의 말씀은 조금 의외였다.


“이게 다인가요? 임영균 씨, 이렇게 따라서는 상대방이 많이 따랐다는 것을 알지 못해요. 넘치도록 따라야 그제야 상대방은 많이 따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 마음이 그런 거예요. 명심하세요. 남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넘칠 정도로 줘야 합니다. 그래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대접받는다고 생각해요.” 


물을 가지고 사람을 가르치려 하기에 기껏해야 ‘물이 반이나 남았네’, ‘반 밖에 남지 않았네’ 등을 운운하여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는 말씀을 하실 줄 알았는데, 이사님의 말씀은 또 다른 깨달음을 주고 있었다. 사람의 기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많이 줬다고 생각해도, 받는 사람이 많이 받는 게 아니면, 그것은 많이 준 것이 아닌 것이다. 


그때 이사님께 배운 그 깨달음이 지금은 내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모토가 된 것 같다. 내가 뭔가 해줄 수 있을 때, 여유가 있을 때는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심적인 것이든 넘치게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돌려받을 물 잔의 크기나 물의 양을 재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양껏 따랐던 경우에 관계도 더 좋았고, 나중에 오히려 내가 돌려받은 물 잔의 크기나 물의 양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넘치게 따랐을  때 넘치고도 남게 돌아왔다. 


셋째, 준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낫다


친한 선배 중에 나를 ‘부탁 왕’이라고 부르는 형이 있다. 인맥이 좋아서 평소 도움받을 일이 많았는데, 그 형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형 부탁이 있는데.’, ‘형 부탁 하나만 하자’라고 운을 떼며 말하는 것을 빗대어, 그 형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부탁할 일이 있어, 괜히 미안한 마음에 


“형 언제 가는 내가 갚을 날도 오지 않겠어? 이번 한 번만 도와주라” 


라는 말를 덧붙였다. 이때 그 형이 돌려준 대답이 꽤 감동적이었다.  


“네가 갚을 게 어디 있어. 나는 해준 건 잊어버려. 그래야 맘이 편해”


이렇게 말하는 그 선배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고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대부분 사람 관계가 틀어지거나 관계가 끝나는 경우를 보면, 기대치가 틀어지는 경우에서 발생한다. 내가 이 번에 밥을 샀으니깐 다음에는 쟤가 밥 사겠지?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깐 저 사람이 이 정도는 해주겠지?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것도 안 해? 등의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하다가, 그 마음은 점점 커져서 실망으로 바뀐다. 나아가 서운한 마음이 들고, 그 사람이 싫어 지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뭔가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실망감도 커지는 것이다. 


기브 뒤에 테이크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는 순간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기브 앤 테이크에서 기브만큼 테이크가 따라오면 좋겠지만, 기브 뒤에 테이크를 생각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람을 잃지 않고, 슬기롭게 인간관계를 하는 법 중에 하나 인지도 모른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모두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나도 적지 않게 타격을 받았다. 수입이 제로인 상태에서 막막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기적적으로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제안서 아르바이트, 교안 작업 아르바이트를 의뢰해 주는 사람도 있었고, 상품권을 주며 생활비를 보태주는 사람,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서 의뢰해주는 사람 등등, 너무나 감사한 도움이 이어졌다. 덕분에 끝이 보이지 않던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때 내가 이런 도움에 너무 민망해하자, 어떤 사람이 이런 말로 나를 위로를 해주었다. 


“형 그렇게 받을 만한 자격 있어.”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고,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브 앞에 테이크를 앞세우지 않았고, 기브 뒤에 테이크를 기대하지 않고 사람을 대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도움들이 그것들에 대한 작은 보상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언젠가는 다시 더 큰 기브로 돌려줘야 할 나의 빚이지만, 지금은 일단 고맙게 받아두며 내일을 기약해 본다.  


주변인을 도운 덕분에 자신의 성공에도 조력자가 많아진다.
-기브 앤 테이크 저자 애덤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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