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야구에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타자를 향해 최대한 빠르게 던지는 공인 ‘직구’와 종횡으로 움직이면서 타자를 속이는 ‘변화구’이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직구는 한 가지 종류밖에 없지만, 변화구는 그 종류가 다양하다. 커브, 싱커, 포크, 체인지업 등 투수마다 다양하게 장착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야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바로 광수 생각의 저자, 박광수 씨다.
박광수 씨는 직구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지금 직구를 던지면 타자가 안타를 치겠지?’
라고 생각하며 던지는 직구와
‘내 직구는 그 누구도 쉽게 칠 수 없어!’
라고 생각하며 던지는 직구다.
물론 같은 투수가 던지는 공이기에 그 차이가 크다고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후자라고 생각하고 던지는 공에는 적어도 투수의 자신감과 책임감이 실려 있기에 아마 좀 더 위협적인 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던지는 공에 ‘?’라는 의심을 거두고, ‘!’라는 확신을 가지고 던진다면 실제 타자에게 느껴지는 위압감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짧은 글이지만, 보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며, 내 머릿속 시간은 1999년 봄 어느 날, 대입 재수를 하기 위해 찾은 종로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99년 수능, 수리영역에서 생각보다 좋지 않은 점수가 나와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해 보지도 못하고 남들보다 1년 늦게 대학을 가야 했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부분이 봄날의 캠퍼스를 누비고 있을 때, 나만 홀로 노량진 학원가를 누비며 재수학원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그리고 학원 입시 테스트의 일환으로,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었던 99년도 수리영역 시험지를 풀어야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능 당일에는 그렇게 어렵고,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너무 쉽게 술술 풀리는 것이었다. 수학과 담을 쌓고 지낸 지 몇 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아, 이거 어떻게 된 거지? 시험 문제가 다른 건가?”
라는 의심과 함께, 수능 시험 당일 유달리 긴장한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수리영역 시험지 앞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문제 풀 수 있을까? 못 풀면 어떻게 하지?”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자신감이 없었다. 내 수학 실력에 자신이 없었고,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에 확신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소심한 태도 때문에(?)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시원 골방에서 갇혀야만 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아직까지도 꿈에 가끔씩 등장하는 악몽이기도 하다.
물론 재수를 하면서 얻은 것도 많다. 힘든 시간을 같이 보내며 싹튼 우정도 있고, 남들보다 1년 늦은 인생을 경험하면서 조금 더 성숙해진 면도 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큰 깨달음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는 사실이다. 너무나 진부한 말이라 꺼내기도 민망하지만, 수능 당일날과 입시학원에서 마주한 수학 문제를 통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덤비는 것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덤비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깨달음은 지금까지 내가 모든 일과 사람을 대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이라는 무기가 되어주었다.
할 수 있다! 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을 찾게 되고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핑계를 찾게 된다.
물론 마음가짐의 차이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다. 뜻대로 안 되고,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마음가짐 하나로 모든 사람이 성공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마음 하나 바꾸는 것으로 모든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할 수 있다!'는 마음 가짐으로 일을 하면, 일의 결과를 해석하는 데 차이가 생긴다.
일이 잘되는 경우, ‘어라? 우연인가? 또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거봐. 나는 할 수 있어, 다른 것도 해보자’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혹시 실패를 하더라도, ‘거봐, 안되잖아’가 아니라 ‘ 다시 한번 해보자, 할 수 있어’라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마음가짐의 차이는 그렇게 그다음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고, 결국 성취나 성공으로 이끌어줄 좋은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인생은 '될까?'와 '된다?'를 반복하는 무한 루프와도 같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고, 직장 생활에도 그랬다. 매 순간 고민했고, 늘 ‘?’와 ‘!’ 사이를 오가며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결과는 항상 ‘!’를 띄우고 하는 경우가 좋았다. ‘이 기획이 될까?’라고 생각하고 하는 기획보다 ‘이거 된다!’라고 생각하고 하는 기획이 훨씬 결과가 좋았다. 프리랜서가 된 지금도 프로젝트를 하거나 강의를 할 때, 항상 후자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더 결과가 좋았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의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수많은? 와!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이 글이 될까?’와 ‘된다!’ 사이를 오가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직구를 던질 때는 늘 ‘!’를 찍고 던질 수 있는 용기가 늘 나와 함께 하길 희망하며, 이 글을 발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