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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pr 21. 2020

제104화: 상사의 마음을 얻는 기술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水可載舟 亦可覆舟(수가재주 역가복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주로 정치권에서 쓰는 말로 '군주'를 '배'에 비유하고 '백성'을 '물'에 비유하여, 군주가 통치를 잘할 때는 백성들이 잘 따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백성들이 저항하여 정권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주로 윗사람이 가지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로, 배(리더)가 아무리 뛰어나도 물(구성원)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결국 그 잘남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나는 이걸 반대로 해석해 본다. '물'이란 단어에 '상사의 마음'을, '배'라는 단어에 '나의 업무 역량'을 대치시켜 이렇게 읽어본다. '상사의 마음은 내 업무를 뒤집어엎을 수도 있고, 내 업무에 돛단배가 순풍을 만난 것처럼 지원해 줄 수도 있다.' 


물론 순서상 일을 잘해야 상사의 마음을 얻고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 상사의 마음을 얻는 편이 낫고, 상사와의 관계가 좋으면 일하기가 수월해지기도 한다. 물론 독고다이를 결심하거나,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글이 크게 의미가 없겠지만, 지금보다 좀 더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사의 마음을 얻는 기술 5가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째, 상사의 피드백은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상사에게 업무 보고를 할 때, 자기가 할 말만 생각하고 들어가는 사람은 구급팩 없이 전장에 뛰어드는 병사와 다를 바 없다. 어떤 피드백 폭격을 해올 지 모르는 상사 앞에 준비된 사수라면, 언제나 메모라는 구급팩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업무를 보고하다 보면 당연히 이런저런 상사의 참견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조언인 경우도 많다. 이때 슈퍼 메모리를 가지지 않는 한, 그 피드백을 전부 기억하기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상사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멀뚱멀뚱 상사의 말을 듣고만 있는 나를 보면서, 상사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얘가 다 기억해서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내 말을 무시하나?’
 

이때 재빠르게 메모지를 꺼내서 손을 움직여 보자. 일단 적어두면 최소한 손해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모를 하면 그 내용을 까먹지 않고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또한 메모를 하면서 그 메모가 나의 생각을 자극해 또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모라는 행위 그 자체에 있다. 메모를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뭐 중요한 이야기 하고 있나 보네?'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경청의 최고봉이자, 존중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상사에게 이런 긍정적인 인식을 전달하면, 내 업무를 순항하게 만드는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상사를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어 줘라.



‘부장님께서 말씀하셨던 00을 반영했습니다. 이것을 보완하니 더 큰 틀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상무님께서 주신 정보를 참고하니, 아이디어가 좀 더 구체화되고 현실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욕구, 그것은 어떤 칭찬보다 기분 좋고, 어떤 말보다 힘이 있다. 누구나 간섭하고 싶고, 의견을 내고 싶고, 함께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고, 다만 표출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상사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때 상사가 준 의견이나 피드백을 적절하게 내 보고서나 업무에 반영해서 보고한다면, 상사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내가 하는 업무를 나만의 일이 아닌 상사와 나, 우리의 일로 만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순풍에 돛을 달 수 있다. 


상사는 나보다 더 많은 정보와 정보원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다. 내가 보는 시각보다 더 멀리 또 넓게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상사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한다면 내 업무력도 좀 더 올라갈 수 있다.  


셋째, 먼저 수긍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세일즈 화법의 바이블 중에 Yes, But 화법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먼저 인정하고, 그다음에 이유를 말하는 화법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고 상대방을 이기고자 하는 화법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먼저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여기에 더해 내 의견을 전달하는 화법이다.  '아닙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가 아니라, '물론 맞는 말 입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의견에 반대 의견이 들어오면 먼저 방어적인 태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면 쉽게 ‘그거 아닌데요. 왜냐하면 어쩌고저쩌고’ 구구가 먼저 튀어나가기 십상이다. Yes, But이 아닌  No, Because 화법이 되는 이유이다.   
 
아무리 내 생각과 상사의 생각이 다르고, 때론 현실 반영이 안 되거나 실무를 모르는 상사의 말도 안 되는 피드백이 날아오더라도 일단 들어주고, 맞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방패로 상사의 창을 막아서서 뿌러트릴 것이 아니라, 일단 내 깊숙한 곳을 찌르게 해야 한다. 방어는 그다음이다. 아무리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면전에서 자신의 의견이 반박당하거나 무시당하면 기분 나쁘게 마련이다. 먼저 예스하고 벗(but)하자. 상사와 벗(friend)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넷째, 상사의 언어를 사용하라.


말의 형식에 있어서는 상사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가 자주 쓰는 용어나 단어 등을 기억했다가 업무를 하거나 보고를 할 때 종종 섞어서 사용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상사 입장에서 보면 나를 존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상사가 싫어하거나 잘 모르는 단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어려운 단어, 전문 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상사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끌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나랑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데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고 이 감정은 호감으로 이루어 지기 마련이다. 미디어 전문가 마샬 맥루한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상사 단어 사전까지는 과하다고 할지라도, 상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관심 있어하는 내용에 대해서 미리 숙지해 놓자. 상사에게 보고할 때 적절히 사용해 주면 존중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고, 일을 좀 더 부드럽게 통과시키는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섯째, 상사의 기분이나 컨디션을 파악해라.


'조삼모사'. 아마 이 사자성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자 그대로 해석해 보자면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으로 변한 것은 없는 데 결과에서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보면서 아마 우리가 원숭이도 아닌데 과연 조삼모사에 속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우습게도 이런 조삼모사 같은 일을 벌이는 사람이 우리네 상사이다. 분명 똑같은 내용, 똑같은 방법으로 보고를 하더라도 상사의 컨디션에 따라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하고, 때론 부정적인 반응이나 나중에 다시 보자는 성의 없는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상사의 생체 리듬, 기분, 분위기 등을 파악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보고를 할 수가 있다. 업무 보고의 내용과 질도 중요하지만, 어느 때 어떻게 보고하느냐 하는 보고의 형식도 중요한 것이다. 상사의 기분과 스케줄을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보고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상사의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고 상사의 기분에 맞춰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상사라고 해서 내가 보고하고 싶을 때 무조건 찾아가도 되고, 상사의 기분이나 컨디션 따위보다는 내 보고가 제일 급하고 최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사도 스케줄이 있고 생체 리듬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이나 보고 이전에 그것을 먼저 존중해 주어야 한다. 대뜸 무턱대고 찾아가서 ‘보고 드리겠습니다.’보다는 ‘이런 건이 있는데 언제 보고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먼저 묻는 센스가 필요하다. 시간에 대한 선택권까지 상사에게 넘겨줄 수 있는 미덕을 발휘할 때, 그 미덕은 배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상사에게 보고하는 방법이나 원칙은 처한 직급, 상황,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상사도 사람이고, 사람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나 공감대는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원칙만 잘 지켜도 보고 잘하는 사람이자 상사에게 인정받는 직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지적 상사 관점에서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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