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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지 말고, PREP 으로 정리해서 말해 보자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언어

by 갓기획

친구와 함께 지방 출장을 가면, 보통 숙소 예약은 친구가 담당한다. 하루 밤 자는 거 아무데서나 자는 나와 달리 친구는 숙소에 꽤 민감하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리뷰를 살펴보고 침구류, 화장실, 소음, 식당 등 많은 것을 체크한 후에 결정한다. 이 날도 친구가 숙소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말을 걸어온다.


“할 말이 있는데.”

“응 뭔데?”

“야. 너 출장 가서 호텔방에 민감한 편이냐?”

“민감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잠자리가 바뀌니까 신경은 쓰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호텔방에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문제? 무슨 문제?”

“아니, 전주 국제 영화제랑 일정이 겹쳐서 숙소 잡기가 쉽지가 않네. 웬만한 호텔은 다 만실이야. 지난번 갔던 관광호텔도 벌써 다 찼네”

“그러냐? 어쩌지?”

“전주 말고 완주나 다른 지역으로 알아봐야 하나?”

“완주까지? 아니 왜 그러는데?”

“아니 전주에 00 호텔에 예약하긴 했는데, 흡연방 밖에 없다고 해서, 그냥 그걸로 했어. 너 괜찮겠냐??

“야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하던가. 왜 빙빙 돌려 이야기해.”


물론 나를 생각하며 고민한 친구의 마음이 고맙기는 하지만, 듣는 나의 입장에서 친구의 이야기는 답답이 철철 넘쳐흐른다. 나에게 제일 중요한 정보,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하고 나머지 이야기를 해도 충분한데, 친구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순서 없이 꺼내서 짜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야. 너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꼭 그렇게 두서없이 말하더라.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 방 흡연방으로 예약했다.”라고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말해. 그럼 듣는 내가 편하잖아. 그 후에 네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나 근거를 얘기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듣는 사람을 위한 말하기 방식이야. 한마디로, PREP 방식으로 이야기하라고”


“PREP.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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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한 후에, 사례를 들어 이유를 뒷받침하고 다시 한번 결론을 얘기하는 방식이야.”


“근데 이런 거 꼭 외워야 하냐? 난 무슨 공식처럼 이런 거 만들어 놓고 설명하는 거 되게 싫던데”


“그치? 나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나름 유용하더라고. 이런 걸 말하기의 프레임이라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답변을 해야 할 때나 뭔가 주장을 하고 싶을 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꺼내면 상대방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쉽지가 않아. 그때, 일단 이런 프레임을 먼저 떠올리고 자연스레 그 순서대로 말하는 거야. 틀에 집어넣기만 하면 되니까 비교적 쉽지 않냐?


“듣고 보니 그러네. 필요한 순간 딱 PREP이라는 주머니를 꺼내놓고, 거기에 내 생각과 말을 정리해서 말하라는 거지?”


“그치. 게다가 너 평소에 사장님한테 보고할 때 제일 많이 들은 말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또는 ‘결론이 뭐야’라고 했지. 너 같은 애들한테 딱이야.”


친구가 뭔가 깨달은 바가 있는 듯 P.R.E.P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한 마디를 더해본다.


“비슷한 프레임들로 세일즈나 제안 발표 시 활용할 수 있는 FABE 기법이나 면접이나 상황 보고 시에 활용할 수 있는 STAR 기법도 유용한데, 오늘은 너의 뇌의 용량 한계로 PREP만 설명하도록 한다. “


PREP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활용하던 인류 최고의 설명방법으로 결론을 먼저 말하는 것에 가장 큰 특징이 있다. 보통 장황하게 말하거나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자신이 생각한 순서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배경이나 근거에 의해서 이런저런 사고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 내고, 그 순서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말한다. 이걸 정확히 뒤집어 말하는 방식이 prep 기법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하늘을 보니까 먹구름이 잔뜩 끼었네, 곧 비가 오겠군, 그러니 너 우산 가지고 나가’라고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PREP은 정확히 이것을 뒤집어서 말하는 방식이다.


(결론) 우산을 가지고 나가라

(이유) 비가 올 것 같다.

(근거)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많이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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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결론부터 말하는 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 먼저 결론부터 말해야 듣는 사람의 관심을 잡아둘 수 있다. 둘째, 궁금한 것을 먼저 알게 됨으로써 말하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뇌의 정보처리 방식에 비추어 봤을 때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이미 유입된 정보에 연결시켜 다음에 유입되는 정보들을 처리한다. 그래서 먼저 결론을 이야기하면, 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다 결론과 연결되어 해석이 되어 말하기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이때, 좀 더 효과적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핵심은’, ‘결론은’, ‘한마디로’라는 말을 덧붙여보자. 듣는 사람이 뭔가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내 이야기에 반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을 먼저 말한 후 이유를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사례(근거)를 제시한다. 이때 ‘이유’와 ‘근거’ 모두 결론을 뒷받침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지만, 이 두 단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유: 주장에 대한 왜 그래야만 하는지 생각, 추론적인 측면

근거: 주장이나 일이 나오게 된 배경, 사실적인 측면


이유만 제시해서 이해되고 설득이 되는 상황도 있지만, 보다 확실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실적인 정보로서의 근거나 사례 등이 뒷받침되는 것이 좋다. 근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통계, 데이터, 사례, 신문기사, 법적/기술적 내용, 관찰 사실, 경험 등이 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사실로서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면 근거로서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는 음주 운전이 많다. (결론)

-음주 문화에 관대하기 때문이다 (이유)

-설문조사 결과 72% 가 소주 반 병을 먹고, 운전하는 것은 괜찮다고 답했다 (근거)


PREP의 마지막은 단계는 다시 한번 결론이다. 이른바 수미쌍관 방식으로 이야기의 끝을 ‘결론’으로 막아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마지막에 다시 한번 결론을 강조해 주는 것은 최신 효과와 관련되어 있다. 사람은 마지막에 들은 정보를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결론을 반복해서 강조해 주면 상대방의 머릿속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강력하게 심어줄 수 있다.


친구와의 대화가 끝날 때쯤 친구의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온다. 책가방을 풀기도 전에 엄마를 찾더니, 이렇게 말한다.


“엄마 밥 줘 (결론)”

“배고파 (이유)”

“오늘 아침 10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어(근거)”

“라면이랑 김밥 해줘(결론)”


‘와. 얘는 유치원에서 PREP을 배운 애인가? 내 친구보다 낫네’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밥을 차리는 친구 와이프를 보며 PREP이 효과가 있긴 있네 라는 생각을 해봤다.


▼참고자료

책정보, 보고서의 정석 : 네이버 책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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