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글
가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4가지 유형이다.
1.거시기형
“너 그거 알지? 왜 거기 있잖아. 그건 말이지.”
말에 지시대명사를 자주 섞어 쓰는 유형이다. 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거나, 상대방도 내가 지시하는 ‘그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해서 쓰는 말이다. 이때 그 단어이 의미에 정확히 합의가 되지 않으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때론 심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실수가 벌어지기도 한다.
관련해서 예전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집이 가까워서 평소 아침 출근길에 서로 오가며 카풀을 해주는 선배가 있었다. 우리의 카톡 대화는 늘 간단했다.
“내일 0650?”
“응 거기서 봐”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상대방을 기다렸다. 나는 선배의 집 앞에서, 그리고 그 선배는 우리 집 앞에서 기다렸다.
거시기는 상대방에게 거시기로 들릴 뿐이다, 정확하게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좋다.
2.첨가물형
“음…
“아..
“어…
말의 시작전에 MSG부터 치고 시작하고 유형이다. 물론 일종의 말습관이기도 하고, 일상 대화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하지만 보고의 순간이나 대중들에게 발표를 해야 하는 순간만큼은 주의해야 한다. 이런 말을 자주 쓰면 준비가 덜 되어 있거나, 생각이 정리가 안된 인상을 준다. 청중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런 첨가어 중에 유독 한국 사람들만 자주 쓰는 말이, ‘아니’ 라는 말이라고 한다. 언어유희적인 표현으로 한국 사람들은 말할 때 ‘아니 아니면 아니되는 것 같다.’
‘아니. 저번에 그거.’
‘아니, 내 말은..
‘아니, 엄마는 도대체’
물론 나쁜 말은 아니지만, 혹시 ‘아니’ 라는 말에 ‘내 말은 맞는데 니가 틀렸어’ 라는 의미가 전달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3.외국인형
말에 영어를 자주 섞어 쓰는 사람이다. 중요한 건 전체 문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단어만 섞어 쓴다. 영어를 단어로만 배웠다.
“그것 좀 디벨롭 해봐.”
“오늘 아이데이션 해보자”
“오늘 피티는 컴피티션이네”
관련해서 가장 재미있었던 말은, 어느 날 몇 명의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어떤 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음식은 다 같이 시켜서 접시에 쉐어해서 먹자. 나중에 빌즈를 스플릿 해서 계산하면 되잖아.
그 말을 듣는데 나는 왜 미간이 찌뿌려졌을까? 왠지 모르게 음식 맛이 뚝 떨어지면서, 스플릿된 빌즈에 페이만 하고 레스토랑을 아웃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 일상적인 언어일 수 있다. 영어가 익숙하고 편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나 평소 대화 습관에서는 정확한 한국말로 고쳐 쓰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4.지우개형
가끔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정확히 모르겠는 경우,잘 들어보면 주요 문장 성분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특히 문장의 주체인 주어가 생략된 경우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미연씨를 좋아하는데, 나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어.”
물론 맥락상 충분히 ‘미연씨가 나를 좋하하는지’ 라는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오해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나는 미연씨를 좋아하는데, 삼촌이 나를 좋아하는지, 조카가 나를 좋아하는 지 등으로 사람에 따라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특히 일상 대화가 아닌 업무 보고나 상황 설명의 경우 주어가 빠질 경우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 되고, 듣는 사람의 짜증을 유발할 수있다.
“A제품은 지난달 6만 대를 팔아서, 작년 8월 보다 25.2% 증가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증가했다는 걸까? 시장점유율? 매출액? 수량?
문장 성분을 지나치게 생략하면 의미가 불확실 해진다. 듣는 사람을 배려해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문장 성분인 주어 만큼은 정확하게 표현해 주도록 하자.
말은 원래 태초부터 완벽하지 않다. 내 생각을 꺼내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해서 나르는 그릇일 뿐이다. 그 그릇을 해석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정확하게 말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참고자료
책정보, 보고서의 정석 : 네이버 책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