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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맛있다

사이글

by 갓기획

예전에 꼰대에 관한 글을 쓰면서, 꼰대의 특징 중에 재미있는 표현을 발견한 적이 있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였는데, 풀어 쓰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뜻이다. 꼰대의 특징을 명확하게 전하면서도, 말에 힘이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는 방법을 대구법이라고 하는데, 비유법과 함께 말을 재미있게 하거나 잘하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방법이다. 대구법은 반복과 운율, 비교의 의미를 강조하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힘있게 전달하는 매력이 있다.


예전에 SNS에 화제가 되었던 모 취업포탈의 광고에서도 대구를 활용한 재미있는 문구가 등장한 적이 있다.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상사가 일을 잘하는 지 감시만 하는 사원을 표현하며)

사원인가, 감사원인가


(밥만 먹으면 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방전되는 대리)

대리인가, 밧데리인가


(일은 안하고 침 튀기고 설교만 하는 차장을 보며)

차장인가, 세차장인가


(일만 받으면 끓어 안고 묵히기만 하는 국장을 보며)

국장인가 청국장인가


길게 말하고 중언부언하는 것보다 의미도 선명하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전달되는 것 같지 않은가?


어느 날 교육을 진행하다가, 그림 카드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실습을 한 적이 있는데, 어느 교육생의 표현을 보고 만점을 준 적이 있다.

‘직장생활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라는 질문에 그 교육생의 답은 이랬다.


‘시계는 가는데, 시간은 안간다.’


물론 대구법을 순간적으로 떠올려서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 고민의 크기만큼 내가 하는 말의 매력을 배가시켜 준다. 프레젠테이션이나 보고시, 또는 스피치를 할 기회가 있다면 한 문장쯤은 대구법을 활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해 보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구 표현을 소개해본다.


‘틈이 있어야 못이 들어가는 게 아니고, 못을 쳐야 틈이 생긴다.’


핑계만 되고 실천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써먹기 딱 좋은 대구 표현이다.

대구탕 만큼 맛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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