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나 소통 관련 강의를 시작할 때, 리더들에게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보고를 받는 입장에서 가장 답답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일단 대답이 나오기 전에 여기저기 한숨이 터져 나온다. 그만큼 답답한 상황이 많다는 반증이다. 사람 성향이나 조직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있지만, 그중 항상 Top 3 자리를 지키는 답변이 있다.
- 결론(핵심)부터 말했으면 좋겠다.
- 중간보고를 했으면 좋겠다.
- 모르는 건 모른다고 했으면 좋겠다.
회사마다 그 순위는 달리 하지만, 항상 Top 3안에 자리하는 답변이다. 이중 1번과 2번은 스킬과 관련된 내용이다. 연습하고 습관을 들이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는 방식은 내가 사고한 방식을 정확하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된다.
보통 장황하게 말하거나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서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어떠한 배경이나 근거에 의해서, 이런저런 사고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내고, 그 순서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말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이 철철 흘러넘친다. 기다리다 지쳐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걸 정확히 뒤집어 말하는 방식이 바로 PREP 기법이다. 각각은 Point(결론), Reason(이유), Example(근거, 사례), Point(결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었네. 곧 비가 오겠군. 그러니까 너 우산 가지고 나가”라는 생각을 PREP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우산 가지고 나가. (결론)
곧 비 올 거야. (이유)
하늘 보면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거든. (객관적 근거, 사례)
그러니까 우산 가지고 나가.(결론)
말의 순서가 사고의 과정과 정확히 뒤집혀 있다. 이렇게 결론부터 말하면 듣는 사람의 관심을 잡아둘 수 있고, 상대방이 궁금한 것을 먼저 이야기함으로써 보고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 중간보고는 나의 안전을 지키고, 상사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나에게 일을 시킨 상사의 마음은 택배를 시키고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 ‘언제 오나? 어디까지 왔나?’ 궁금증이 넘쳐난다. 이때 아무런 정보도 없고, 막연히 기다리기만 한다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지 않을까? 그런 상사에게 최종 납기 전에 중간보고를 해보자. 크게 3가지 장점이 있다.
일의 방향성을 확인/점검하고, 상사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나아가 상사에게 ‘내가 당신을 존중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물론 한 번이라도 덜 마주치고 싶은 게 상사라지만, 중간보고를 통해 오히려 친해지고 편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때 중간보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건건이 보고하는 게 아니라, 정리해서 보고한다. 한마디로 케바케로 하는 게 아니라 케밥으로 뭉쳐서 한다. 건건이 보고하는 것만큼 무능한 것도 없다. 정리해서 보고하자. 둘째, 상사의 의견을 묻지 말고, 나의 생각을 말한 후에 의견을 구한다. 위로 갈수록 게을러지고, 밑에서 알아서 해주기 바란다. 이런 상사의 심리를 잘 이용하자.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괜찮을까요?”
셋째, 한 개의 대안을 말하는 것보다 2-3개의 대안을 함께 말한다. 아무리 게을러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상사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의견을 투영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이런 상사를 위해 대안은 2-3개로 준비하고, 그중에 내 생각은 뭐가 좋다 라는 식으로 보고해 보자.
“A와 B가 있는데 제 생각은 A가 어떨까 합니다. 왜냐하면..."
마지막으로,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한다. 이건 자존심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이다. 연습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마음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렵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순간 자존심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내가 모른다고 하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이것도 모른다고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제가 잘 모르는 것입니다.”
“확인하지 못해서 모르는 내용입니다”
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대충 얼버무리거나 머릿속 구석에 자리 잡은 온갖 지식을 짜내서 에둘러 말하기 일쑤다. 그리고는 돌아서며 만족해한다.
‘그래 내 순발력 쩔었어.’
근데 그건 쩔은게 아니라 절은 것이다. 힙합에서 래퍼가 가사 실수를 했을 때 절었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절은 것밖에 되지 않는다.
상사는 대충 듣는 것 같아도, 내가 모른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냥 듣는 척했을 뿐, 알지도 못하는 것을 둘러대고,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나보다 더 잘 안다. 이런 방법은 상사에게 부정적인 인식만 남길뿐이다. 차라리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솔직히 모른다고 하자. 나의 솔직한 태도에 신뢰가 간다.
대신, 모르는 것에서 끝나면 아마추어다. 둘러대는 것보다는 낫지만, 상대방에게 인정받기는 힘들다. 이때 모른다는 말과 함께 해결방법이나 해결에 대한 의지, 또는 plan B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Q: 영업팀 연차 사용 규정이 어떻게 되죠?
A: 아 그건 제가 모르는데요. (X)
Q:영업팀 연차 사용 규정이 어떻게 되죠?
A:정확한 건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확인해 보고 10분 내로 말씀드리겠습니다.(O)
Q:브로셔 발주 관련 준비 사항 알고 있나요?
A:제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X)
Q:브로셔 발주 관련 준비 사항 알고 있나요?
A:기획이랑 디자인 관련 업무는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고요,
발주랑 인쇄 관련해서는 김대리님이 알고 있습니다. (O)
직장생활은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보고라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의 일종 일뿐이다. 결국 앞서 말한 원칙은 꼭 보고뿐만이 아니라,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통하는 원칙과도 같다. 3가지가 복잡하다 싶으면 딱 한 가지만 기억하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말하자’
내가 사고한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내 생각만 하고 ‘한 방에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틈틈이 중간보고를 하자. 상대방을 속이고 둘러댈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히 이야기한 후 방법을 제시하자. 이 3가지 기본만 잘 지켜도 보고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보고 좀 하네?’라는 인식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