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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힘을 빼는 연습

MSG는 음식에만 쓰고, 말에는 MSG 빼는 걸로

by 갓기획

몇일 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사건(?) 하나가 있었다. 사실 사건이라 이름 붙이기에는 다소 가벼운 일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하고 곱씹어 생각할 수록 가히 사건이라 이름 붙일만 한 일이었다.


때는 어느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퇴사한 전 직장 후배에게 뜬금없는 카톡이왔다.


‘대표님. 대표님에 관한 소문 하나 들었습니다. ㅋㅋㅋ’


소문에는 분명 나쁜 쪽 아니면, 좋은 쪽 두가지 소문이 있을 텐데, 다행히 맨 뒤에 웃음표시를 남겨둔 걸로 봐서 나쁜 쪽은 아닌가 보다. 쿨하게 반응해 본다.


‘불도 안피웠는데, 무슨 연기가 거기까지 났을까?’


후배가 이내 답을 해온다.


‘오늘 어떤 강사님을 만났는데, 대표님이 1년에 10억씩 번다고 하던데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1억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1년에 10억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그게 나라고?’ 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 계속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문득, 나에 관한 소문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질 수 있음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좋은 소문이야 그러려니 하고 웃고 넘길 수 있겠지만, ‘혹시 나쁜 소문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어디서부터 말이 커지고 10억이 라는 소문이 내 귀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최초 발언지는 내 입이 아니었을까? 물론, 중간에 말을 옮기면서 심하게 MSG를 털어넣은 사람들의 탓을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내 말습관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첫째, 나는 내 얘기를 할 때 있는 그대로 말하려고 노력했는가?


삐~~~~~아니다.


은근히 더하고, 과장하고, 부풀리고, 없어도 있는 척했던 것 같다. 사실 이번 10억 사건도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요즘 월 00 정도 벌어요.’

‘월급 받을 때 보다 0배 더 벌어요.’


등으로 조금은 과장해서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을 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나에 관한 어떤 사실을 말함에 있어,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한적이 몇번이나 있었나 싶기도 하다. 때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 나를 포장하는 말들로 사실을 왜곡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앞으로는 좀 더 담백하게 말하고, 오히려 더 줄여서 말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둘째, 나는 남의 이야기를 할 때 객관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는가?


삐~~~~~~~~~~~~이 역시 아니올시다.


평소 누군가에게 남 이야기를 할 때 좀 더 극적으로 말하기 위해서 가감없이 내 의견을 털어 넣어 농도를 달리했던 것 같다. 특히 남의 단점을 들추거나 험담을 할 때, 없는 얘기까지 더해서 과장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새치의 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좀 더 악하게, 좀 더 못되게 묘사했는지 반성해 본다.


앞으로 들은 것을 들은데로, 본 것을 본대로 말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겠다. 말 한마디로 평생 빚은 갚지 못해도, 평생 빚질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하니까 말이다.


셋째,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객관적으로 들으려고 노력했는가?


삐…일관성있게 이번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비판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맹목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팔랑귀였다. ''라고 하면 그대로 ''라고 믿고, ''라고 하면 그대로 ''라고 받아들였다. 객관적으로 듣기 위한 뇌의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 하며, 편한 쪽을 선택했다.


이런 뇌의 게으름으로 인해 그 동안 얼마나 왜곡된 정보가 머리 한켠에 쌓여있을런지 생각만 해도 한심하다. 이 역시 반성해 보게 된다.


앞으로는 나에게 들어오는 정보가 순도 100% 사실이 아닌, MSG 진하게 쳐져있는 정보는 아닌지 좀 더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들으려는 노력을 좀 더 해야겠다.


오래전,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이런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가졌다고 다 주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아라.


- 책 《리어왕》 셰익스피어 -


말을 할 때는 힘을 빼고, 말을 들을 때는 좀 더 힘을 줘야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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