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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16. 2019

제18화: 유튜브 대신, 유스윔 한번 해보는 건 어때?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보고서 작성 강의를 하면서 빠뜨리지 않고 진행하는 실습이 하나 있다. 보고서에 사용되는 용어들의 정의와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정리하는 실습이다. 예를 들면 ‘목적과 목표’, ‘문제와 과제’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정리하는 실습이다. 실습은 총 5번으로 진행되며, 조별 경쟁을 통해 점수를 부여한다. 이때 실습에 도움되지 않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우기는 사람 -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염탐하는 사람 - 다른 팀에 가서 대화를 한다.

검색하는 사람 -  스마트 폰과 대화하는 사람  


위 세 가지 유형 중 내가 가장 경계하고 금기시하는 유형은 세 번째 유형이다. 내가 진행하는 실습의 목적은 정답을 빨리 맞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논의해 보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문제가 주어지자마자 스마트폰 검색창을 열어서 정답을 확인한다면 과연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까?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그 의미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나 있을까?


물론 검색을 통해 정답을 확인하면 빠르다. 하지만 그 빠름의 속도만큼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 지식은 그때 잠시는 아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결정적으로 내가 보고서를 써야 하는 그 순간이 왔을 때,  배운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처음 실력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지식은 내재화되지 않는다.


단편적인 교육 장면에서 보이는 행동이지만, 어떤 문제 상황과 마주했을 때 뇌를 열고 생각을 하기 전에 검색창부터 여는 사람들의 단상을 대변하는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행사 계획을 짜보라는 지시에 검색을 통해 유사한 계획서를 하나 다운로드하여 짜깁기 한 내용을 보고하고,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그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고민하기 전에 '데이트 잘하는 법'을 유튜브 검색창에 입력하는 요즘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검색이 편하고, 책을 읽고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노력보다 유튜브가 떠먹여 주는 피상적인 지식을 받아먹는 것이 익숙한 세대.


그래서일까? 요즘 사람들의 검색 능력은 탁월한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의견을 내는 것에는 서툴다. 그래서 오늘은 유튜브를 좀 씹어보려고 한다. 좀 더 정확하게는 유튜브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검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의 행태와 유튜브 만능시대가 된 세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보려고 한다. 


'유튜브' 이전에 인간에게는 '튜브'라는 발명품이 있었다. 튜브는 대단한 발명품임에 틀림없다. 인간에게 물에서의 자유를 선물했다. 최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유튜브 또한 대단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쉽고 편하게 유통하고 있다. 큰 노력 없이 지식을 취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 마디로 지식도 다 떠먹여 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의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나 기회비용이 있기 마련이다. 튜브는 물에서의 자유와 편안함을 선물했지만, 튜브가 있음으로써 헤엄을 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들 수도 있고, 튜브에만 의지하게 되면 절대 혼자서 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가 없다. 결정적인 순간 물에 빠지면 그냥 죽는 거다.

유튜브, 너무 편하고 좋다. 누군가가 다 정리해서 알려준다. 나도 즐겨보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누군가가 촥촥 정리해서 알려주는 지식에 익숙해지면, 내가 뭔가를 찾아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은 잊어버리게 된다. 결정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어 있다.


사자를 울타리에 가둬놓고 키우면 점점 야수 본능을 잃어 간다고 한다. 주인이나 관람객들이 시시각각 먹이를 던져주는 데 굳이 귀찮게 사냥을 할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사자를 키울 수가 없어서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과연 그 사자는 며칠이나 생존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나 사실의 조합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정리해서 내 생각과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나 과제가 주어지면 생각을 하기 전에 검색을 통해 정답을 구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새롭고 신선한 생각보다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생각들만 양산되고,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균일화, 획일화되어간다. 더 큰 문제는 검색에 의존할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선택하는 능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고, 산업을 재편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과연 우리를 진정 스마트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많이 알고, 다양하게 알고, 빠르게 대답하는 것이 스마트함의 기준이라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 선택을 함에 있어, 생각 대신 검색이라는 행위를 하는 우리의 사고 능력과 판단 능력이 키워졌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과감히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우리는 더 스마트해지지 않았다. '행사 기획해' 보라는 말에, '이번 행사의 의미는 무엇인지?' , '어떤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기보다 미국산 구글이나 국내산 네이버에 키워드를 먼저 입력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과연 스마트폰이 우리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었는지 다시 한번 되묻고 싶어 진다.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고력도 생기고 내공도 쌓이는 법인데, 너무 쉽게 남들이 만들어 놓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길들여 지면서 어쩌면 우리는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많이, 더 빠르게라는 가치 속에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까지 기계에게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공지능, 자동화 등의 기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편리함과 효율성을 우리의 무능함과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마지막으로 머리 대신 엄지를 더 자주 쓰고, 생각 대신 검색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 마디하고 싶다.


"YOU TUBE에서 좀 나와서 YOU SWIM 좀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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