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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Aug 17. 2019

제19화: 다마치면 돌아온다

꼰대니까 할 말은 좀 할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상만큼이나 그들이 즐기는 취미도 다양하다. 특히 요즘은 영화감상, 독서, 축구 등 예전의 뻔한 취미를 넘어서 듣보잡 취미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취미의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직장인들의 공통 취미이자, 가장 즐겨하는 취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취미가 있다. 바로 다마치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단연 뒷다마 치기이다. 이 시대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은 취미 활동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도 쉬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서 치는 뒷다마 치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뒷담화를 끊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뒷담화의 긍정적인 효과가 만들어 내는 중독성 때문이다.  3가지 측면에서 뒷다마의 긍정적인 효과를 살펴본다.


첫째, 스트레스 해소에 뒷다마 치기 만한 것이 없다.  

마음에 담아 두고 있으면 병이 날 수도 있는 것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떠들고 나면 뭔가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풀린다. 이는 상담의 원리와 비슷하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 들의 말에 따르면, 마음의 병이 있거나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 상담사나 의사가 뭔가 대단한 솔루션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환자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반이상은 기분이 풀리고, 질병이 사라진다고 한다. 뒷담화도 이와 비슷하다. 어디 가서 못할 얘기, 속에 담아두고 있기 불편한 얘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청량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광속 친밀감 형성에 기폭제가 된다.

공통의 관심사나 취미를 발견해서 친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에 욕 들어 먹은 어떤 꼰대 한 명을 뒷담화하는 것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너한테도 그랬냐!', '쓰레기네, 인간이 아니데' 등으로 공동의 적을 몰아 세우며 전우애가 발산된다. 여기에 묘하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안식처가 만들어 지며, 뒷담화라는 공동의 전투에 참여한 이들끼리 친밀감이 형성된다. 물론 이 전투를 내가 먼저 시작하는 것은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으니, 동료가 먼저 전쟁을 시작하면 참전 용사 정도로 동참할 것을 추천한다.

 

셋째, 잃어버린 자존감 향상의 기회가 된다.

뒷담화의 내용은 보통 부정적인 것이 많다. ‘야 그 친구 대단하더라, 뭐 잘했다며, 인성이 좋아, 능력 있어’ 보다, ‘누가 사고 쳤다더라’, ‘실적 안 좋다면서’ ‘잘못됐다더라,’ ‘왜 그런 거냐’ 등의 내용이 주가 된다.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나를 위로 세우면서,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안을 받는 것이다. 뒷담화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며,  자존감이 올라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상으로 뒷담화의 긍정적인 기능을 이야기했다. 수년간 단련된 뒷다마 구력에서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최근 몇몇 심리학자에 의해 증명된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뒷담화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굳이 막고 싶지도 않다. 뒷담화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고, 회사생활을 버티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면 필요하다고 본다. 막고 싶지도 않고 조장하고 싶지도 않지만, 뒷담화를 할 때 3가지는 명심했으면 한다. 일명 뒷담화 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3가지 원칙이다.


첫째, 면대면이 아닌 메신저나 메일 사용 시에는 주의한다.

요즘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한 뒷담화도 많이 한다고 한다. 이때 우리 뇌의 오류를 조심해야 한다. 지나치게 효율적인 우리 뇌도 가끔 실수를 하고는 하는데, 예들 들면 이런 것이다. 레몬을 먹지도 않고 레몬 사진만 봐도 침이 분비되고, 지금부터 ‘원숭이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해도, 머릿속에 원숭이 한 마리가 딱 하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이런 뇌의 불완전성은 카톡으로 뒷담화를 할 때도 치명적인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방금 전에 김꼰대 부장에게 꼰대 짓을 당해서, 입사 동기 이친구에게 김꼰대 부장 뒷담화를 좀 해야겠다. 김꼰대 부장에 대해 욕하고 싶은 내용을 잔뜩 생각한 후, 카톡창을 연다. 실컷 카톡으로 욕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친구에게 답이 없다. 이상해서 카톡을 본다. 아뿔사.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김꼰대 부장에게 보낸 카톡에서 이미 1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꼰대 부장에게 할 얘기만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카톡창에 김꼰대 부장을 클릭하고 거기에 욕을 쏟아부은 것이다. 조금만 더 침착하고, 신중하고, 뇌의 오류를 차단했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길가다 번개를 맞을 만큼 극소수의 확률이지만, 한 번 벌어지고 나면 돌이키기 힘든 일이 된다. 퇴사각 아니면, 오랜 시간 1818 이란 죄수 번호를 달고 죄인처럼 지낼 수 있다.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


둘째, 뒷담화를 했으면 적어도 똑같은 사람은 되지 말자.

회사만큼 뒷담화가 활발한 곳이 군대다. 이등병, 일병들이 모여들어 뒷담화를 시작한다. ‘김병장, xxxx’, ‘이병장 돌아이 시끼’ 등 병장들이 주 타깃이 된다. 힘든 군생활을 뒷담화로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본다. 그렇게 그들은 힘든 시간을 지나서 병장이 된다. 그리고 예전에 병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이등병, 일병들을 대한다고 한다. 일종의 보상심리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닮아갔던 것일까? 비슷한 경우로 회사 내 젊꼰이 유행한다고 한다. 과장, 부장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똑같이 사원, 인턴에게 하고 있는 젊은 직원들이 있다. 과연 그들이 윗사람들을 꼰대라고 욕할 자격이나 있을까?


물론 앞서 얘기한 뒷다마 자체의 순기능도 있지만, 뒷다마 대상들의 만행을 비난하고 지적질을 할 거라면, ‘적어도 나는 그러지 말자’라고 한 번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뒷담화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타산지석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면, 뒷다마는 매일 쳐도 좋은 일이다.   

 

셋째, 다마치면 반드시 돌아온다.

보통 뒷다마를 치기 전에, 이런 말들로 운을 떼며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자 한다.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고, ‘너만 알고 있어’는 또 하나의 ‘너만 알고 있어’로 연결된다. 그렇게 너만 알고 있어야 할 비밀은 2의 제곱 속도로 빠르게 공유가 되고, 언젠가는 결국 뒷다마 대상에게까지 들어간다. 거의 99%의 확률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뒷담화를 할 때 중요한 것은 대화 상대가 뒷담화를 해도 될 만큼 신뢰있는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내 분풀이를 위해, 아니면 대화 소재를 찾기 위해 아무나 뒷담화 판으로 끌어들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뒷담화를, 그 뒷담화의 주인공 앞에서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세상 불가능 한일이겠지만, 뒤에서 한 말을 앞에서도 할 수 있는 용기와 투명함이 있다면 그 사람의 진정성이나 신뢰만큼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뒷담화의 수준은 뒷담화=앞담화의 정도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세상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일명 인생 3無라고도 하는데, 사는데 정답이 없고, 세상에 공짜는 없고, 사람 사이에 비밀이 없다고 한다. 이것을 뒷다마에 적용해 본다. 비밀이 없기에 내가 친 다마는 반드시 돌아온다. 잠시 위로받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던 뒷다마의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뒷다마에도 공짜는 없다.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을 던질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뒷다마로 스트레스 푸는 정도로 활용할 것인지 이 또한 정답이 없는 선택의 문제로 남겨둔다.   


* 뒷담화가 표준어이나, 여기서는 글의 의미를 살리기 뒷담화의 은어표현인 뒷다마도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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