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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Oct 09. 2019

제43화:대갈장군 전성시대를 꿈꾼다

위기의 꼰대 구출작전, 꼰대탈출 넘버원

나는 어려서부터 장군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근데 그냥 장군이 아니라 앞에 한 단어가 더 붙는다. ‘대갈’. 그렇다, 내 별명은 대갈장군이었다. 몸에 비해 머리가 크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물론 서있으면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머리가 컸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다. 눈이 크면 선해 보이고, 입이 크면 미남이라고 하고, 코가 크면 힘이 셀 것 같다고 칭찬들을 하지만, 머리가 큰 사람에게는 대갈장군이라는 놀림만이 날아든다.


대갈장군에도 좋은 의미를 붙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꼰대와 리더의 차이에 대해서 고민하다 대갈장군에도 좋은 의미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갈이라는 표현에 묻어 있던 부정적인 의미를 걷어내고, ‘대갈장군’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통해 새 옷을 입혀보고 싶었다.


대갈장군, 대나무 + 갈대의 특징을 갖춘 장군의 리더십



내가 새롭게 정의하는 ‘대갈’이란 대나무+갈대가 결합된 신소재로써 아래쪽은 흔들리지 않은 대나무의 지조를 갖추고 있으며, 위쪽은 마구마구 살랑거리고 흔들리는 갈대의 합성어이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자 꼰대 탈출에 필요한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언어가 조금 경박해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외연 이전에 내포적인 의미에 집중해 주기 바라며, 지금부터 대갈장군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부하직원이 싫어하는 리더의 유형이나 행동 특징을 손꼽아 나열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지만, 그중 항상 Top 10 안에 자리를 잡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미꾸라지 유형과 도대체 내 말을 듣기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불통의 아이콘 ‘답정너’ 유형이다.


먼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유형의 리더와 일하다가는 ‘한순간에 새되쓰’ 하는 순간이 온다. 물론 시시각각 유입되는 정보가 다르고, 상황이 변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리더가 의견을 바꾸는 경우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감이나 기분에 따라 바꾸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윗사람 의견에 끝까지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이다. 물론 리더도 사람인지라 윗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 소신, 옳다고 믿는 기준만큼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은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포병들이 사격을 할 때 포를 쏘는 위치에서 1도만 빗나가도 포탄이 떨어지는 곳의 위치는 100m 벗어난 지점에 떨어지게 되어 있다. 나는 이것이 리더가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결정이 1도만 흔들려도 그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리더가 의사결정을 하거나 뭔가 지시를 할 때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밑에서 나를 믿고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한번 내린 결정은 지켜주는 것이 좋다. 어떤 외압이나 기타 다른 의견에 흔들리기보다 대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꼿꼿하게 지켜줘야 한다.


살다 보면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봐도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서 이불 킥 백만 번쯤 날리고 싶은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중에서 한 가지 기억을 꺼내본다. 어떤 행사를 운영하는데 직원들이 기타 운영비를 20만 원으로 하자고 한다. 그래서 내가 ‘무슨 20만 원이나 써? 10만 원으로 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해서는 안될 말이었나 보다. 직원들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중 한 직원이 돌아서며 이렇게 말한다.


“지난번에 파트장님께서 20만 원으로 하라고 하셨는데..”


부끄러워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직원들은 그 20만 원에 맞춰서 예산을 짜고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말을 바꿨으니 얼마나 짜증 나고 일하기가 싫었을까? 그때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또 미안해서 한 번 더 사과한다.


‘미안했다. 그때는..’


리더의 말 한마디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직원들에게는 기준이 되고 가이드가 된다. 기분에 따라 말을 뱉어서도 안되고, 함부로 결정해서도 안되고, 더군다나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의 선택과 결정을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휘두르지 말자.


다음은 불통의 리더이자 답정너 스타일이다. 답정너에도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듣기도 전에 내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하는 유형이다.


“네가 뭘 알아?”


두 번째는, 듣기는 듣는데 머릿속으로는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하는 유형이다. 어디서 경청의 기술을 배우기는 했는데, 진정한 경청에 이르지는 못한다. 다 듣고 나서, 아니 정확하게 듣자마자 이런 말이 날아온다.

 

“네가 무슨 말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건 아니고”


리더가 가능성을 열고 들어주지 않으면 밑에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열의는 언감생심이며, 시키는 일도 하기 싫어지는 지경에 이른다.


물론 부하직원이 하는 이야기가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또는 상황 파악이 안 돼서 하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원천 봉쇄하거나 깡그리 무시하지는 말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듣자. '아니다', '안된다'라고 말하기 전에 리더로서 대안을 주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자. 그래야 직원들도 개발이 되고 성장한다. 언제까지 '저렇게 일할 꺼야!'라고 탓하기 전에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기 바란다.


나이가 들고 연차가 올라가면 경험이나 전문성은 쌓이지만, 잃게 되는 것도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 능력, 젊은 세대의 트렌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이런 것들을 보완해 주기 위해 팀이 존재한다. 이때 팀원들이 의견이 맞을 수도 있는데, 옛날 생각이나 내 경험에만 비춰서 ‘무조건 안된다’, ‘옳지 않다’를 남발하지 말자.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사라질 수도 있고, 그 보석을 간직한 직원은 진흙 속에 묻어두고 영영 다시 꺼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리더로서의 지조는 지키되 때로는 갈대처럼 변화무쌍하게 흔들리면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된다는 마음, 같이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해 보자.


세상에 유명한 장군이 많다. 이순신, 연개소문, 봉오동 전투의 김좌진 장군, 인천 상륙작전의 맥아더 장군, 저마다의 전략과 리더십으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그들의 리더십만 제대로 알고 배워도 훌륭한 리더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제안해본다. 너무 높은 곳을 보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은 대나무의 대쪽 같음과 갈대의 살랑거림을 갖춘 대갈장군 리더십은 어떻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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