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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Oct 04. 2019

제41화:상사의 지시에 새어나온 한숨,새어나온 속마음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강의를 하다 보면 본업 외에 이상한(?) 아르바이트 거리들이 생기고는 한다. 나 같은 경우 기획서와 제안서 관련된 강의를 하다 보니 가끔 교육생 중에 사업기획서나 제안서 관련된 용역을 의뢰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시간도 없고, 업계 전문성도 없기에 대부분 거절하고는 했는데, 며칠 전 교육을 진행했던 보안솔루션 업체의 차장님은 남달랐다. 매일매일 카톡이며 전화로 부탁을 하셨다. 최소 10번은 안 한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들다 싶어 일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을 하기로 하고 첫 미팅은 고객사 현장 시찰로 진행되었다. 입찰 공고를 낸 00 대학교를 방문해서 프로젝트 PM를 맡고 있는 차장님과 차량 시찰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차장님께서 갑자기 뭔가가 생각나셨는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근데 하필 차량 블루투스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전화 내용을 엿듣게 되었다. 잠시 그 상황을 중계해본다.


*박차장: 어. 김대리. 오늘 TFT방문자가 한 20명쯤 되니까, 주차권 좀 준비해놔.
*김대리: 주차권이요?....

*박차장: 응. 주차권. 관리사무실 가서 종일권으로 20개 정도 받아놔.
*김대리: 휴...... 저 지금 세팅하느라 바쁜데…..


'네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주차권이요?’라고 되묻고 있었다. 물론 김대리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여기에는 어느 정도 '하기 싫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행간의 의미를 읽는 능력이 생기는데, 저렇게 되묻는 경우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가 많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상사의 지시에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되묻는 경우도 있고, 잘 못 알아들어서 되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대리의 경우 말의 톤 앤 매너나 뒤에 이어진 말로 미루어 봤을 때, 그 의미가 부정적인 것에 가까웠다. 아래 의미와 유사한 맥락이었다.


*팀장: 오늘 회식이나 할까?

*사원: (웬 회식? 바쁜데..) 회식이요?


*팀장: A학교 급식업체 기획안 써야 하는데, 누가 쓸 사람 있나?

*사원: (나만 아니면 돼, 나는 아니 여야 해) 기획안이요?


요즘 세대들도 일을 하다 보면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바쁘기도 하고, 때로는 일에 지쳐 더 이상 뭔가를 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다. 이때 상사의 업무지시나 요청이 날아든다면, 정말 하고 싶지 않아서 되물어 볼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사라고 해서 내 편의에 따라, 내 입장만 생각해서 일을 시키거나 지시할 것은 아니다. 일을 시킬 때나, 뭔가를 요청할 때 그들이 처한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해 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건의 경우도 사전에 20명 정도가 모인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차장님이 미리 상황 체크를 해서 주차권을 준비시켜놨다면 좋았다. PM으로서 소소한 상황까지 알지 못하고, 사전에 지시하지 못한 차장님 탓이 크다. 게다가 지시할 줄만 알았지,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 감정까지 헤아리지 못한 탓도 있다. ‘지금쯤 세팅하느라 바빠서 정신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하지 못한 책임까지 더해진다.


사실 주차권 문제는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었다. 급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천천히 준비했어도 된다. 생각날 때마다 바로바로 전화해서 지시하는 것은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업무 방식이다. 물론 점점 감퇴되는 기억력 걱정에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지시할 수도 있고, 바로바로 지시하는 것에서 상사로서의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업무 지시는 명확하게 한 번에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이런 책임을 뒤로하고라도, 상사의 질문과 지시에 하기 싫은 투로 되묻거나, 한숨으로 대응했다는 것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그건 한숨 소리가 아니라, 분을 삭이는 소리에 가까웠다. ‘바쁜데 왜 이거 저것 시키고 그래’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평소 상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마음이 투영된 대응이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블루투스 통화인지라 그 한숨 소리에 담긴 감정까지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 둘 간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데, 당사자인 차장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니나 다를까 차장님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애써 웃으면서 넘기고는 있지만, 일단 들어가서 단단히 한 소리 들을 각이다.


요즘 젊은 세대의 여러 가지 특징 중에 Me, Me, Me 세대라는 것이 있다. 간섭받기를 원치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선택에 의해 일하기를 원한다.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신중하고, 때로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특징은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내 생각대로 하고 싶고, 내가 중심이고, 내가 주도권을 주고 싶어 한다. 타인의 간섭이나 지시, 통제보다 주도적인 업무 방식을 원한다. 게다가 분명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옛날 생각으로,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이유로, 답을 확신해 가며 말하고 지시하는 상사는 더 이상 마주하기 싫은 존재가 된다.


평소에 이렇게 품고 있는 생각은 그대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난다. 존중과 수용이라는 자세보다 '무조건 꼰대', '말도 안 되는 소리', '답정너 인간'이라는 마음이 말과 행동을 지배한다. 자신도 모르게 대화 중에 한숨이 나가고 부정적인 리액션이 이어진다. 이런 반응이 상사의 눈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순간은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자존심 문제상 태연한 척할 수도 있지만, 그 직원이 품고 있는 생각과 마음은 고스란히 전달되게 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 상사의 시력은 좋아진다. 물리적인 시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정답이 아닌 경우도 있고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본인도 이미 경험해 본 일이고 많은 경험이 쌓여 있기에 생기는 시력이다.


평소에 동기들과 상사를 뒷담화 하거나, 혼자 있을 때는 '꼰대 xx', '상종도 못할 인간' 등으로 욕을 하더라도 최소한 전화나 메시지, 대면 상황이라면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존중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좋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수용의 마음은 가지고 접근하도록 하자. 그게 뭐든 말과 행동에서 그 마음은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 굳이 내가 먹고 있는 마음까지 들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나도 모른 사이 그런 마음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경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말과 행동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말이 생각을 지배하기도 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것이다. 물론 상사라는 존재가, 꼰대라는 존재가 요즘 세대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뭐든 마음먹기 나름이다.'꼰대 XX'라고 말하기 전에, 상사의 경험과 능력을 인정하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상사와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좀 더 좋아질 수 있다.


마음은 언제나 말과 행동을 앞선다. 말과 행동을 다스리는 것도 좋지만, 상사에 대한 마음을 먼저 챙겨보자.  





한마디 톡톡!

*어깨를 '톡톡' 치며 위로하고 싶은 메시지 'talk talk'


1. 내 꼰대 친구들에게
업무 지시가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업무 지시를 하기 전에 한 번쯤 저 친구의 지금 상황은 어떤가 생각해보자.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배려가 시작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꼭 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아니라면, 때론 시키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2. 요즘 친구들에게
때로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도 결국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말과 행동을 다스리는 것 못지않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 생각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상사라고 해서, 윗사람이라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정적인 마음을 품기보다 존중과 수용의 자세를 가지고 그들을 대해보자. 마음은 반드시 전해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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