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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Nov 27. 2019

제61화 : 어느 아버지의 탁월한 의사결정

사이 글, 나는 살면서 이런 걸 배웠다

요즘 내가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슈퍼주니어 출신 규현이 부른 감성 발라드, '우리가 사랑한 시간', '다시 만나는 날', '광화문에서' 등등이다. 사십춘기도 아니고 아이돌 출신 가수가 부른 사랑 노래가 이상하게 끌리고 귀에 촥촥 감겨온다.

사실 2005년에 데뷔한 슈퍼주니어의 규현은 내 스타일이랑은 거리가 멀다. 여자 아이돌도 아니고 곱상하게 생긴 남자 아이돌의 외모는 늘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이유가 될 뿐이었다. 무관심이기도 하고, 어떤 열등감(?)의 발로이기도하다. 특히 슈퍼주니어에서 외모담당하는 꽃미남 희철과 규현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반감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떤 한 스토리를 만나고 나서부터 나는 규현의 광팬이 되어버렸다.

때는 슈퍼주니어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2007년, 심야 라디오 스케줄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차량 전복 사고가 났다. 다른 멤버들은 비교적 경미한 부상만 당했는데, 차량 전복과 함께 차 밖으로 튀어나간 규현은 유독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생사를 오가는 시간이 며칠 동안 이어졌고, 이때 의사가 규현의 아버지에게 다급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아드님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도를 뚫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합니다"

규현의 아버지는 잠시 망설이더니, '딱 하루만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의사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저희 아들은 어릴 적부터 가수가 꿈인 아이였습니다. 수술 결과가 좋아서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다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저 아이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겁니다"

의사는 규현 아버지의 다소 황당한 대답에 당황했지만, 아들의 꿈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탄복하여 고심 끝에 옆구리를 관통하는 수술을 선택했다고 한다. 다행히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규현은 목숨도 지키고 꿈도 지킬 수 있었다. 


아들의 목숨이 달린 절체절명의 급박한 상황에서 과연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아버지가  몇이나 될까? 십중팔구는 어떤 방법이라도 좋으니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규현의 아버지는 아들의 삶보다 아들의  꿈을 지켜내는 결정을 하며 남다른 면모를 보여줬고, 이를 통해 왠지 모를 감동과 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물론 삶이 우선이고 생명이 최고 가치이기에, 보는 사람에 따라  다소  무모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중대한 순간에 목숨담보로 해서 규현을 위해 내린 결정은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었고,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들의 꿈을 지켜낸 아버지의 절절한 바람이자,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탁월한 의사 결정 기술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 본다.

1.'하루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단 침착하게, 하루 동안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여러 가지 상황을 떠올려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여기서 '하루'라는 시간의 의미는 충분하면서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 동안 오로지 규현의 문제에만 집중하며, 충분히 고민하고 빠르게 내린 결정이었다.

리더가 의사 결정을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는 습관은 진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복잡한 경영환경과 불확실한 미래 앞에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짧은 시간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꼭 그렇게 일주일,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할까?


'좀 더 생각해보자.'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등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일은 늦어지고, 결정적인 타이밍은 이미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은 리더의 '권한'이'권력'이 아니다. 의사결정을 무기로 밑에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해서 일이 진행되는 속도를 높여주는 것이 리더가 가져야 할 의사결정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2.'아들의 꿈은 가수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목적 중심적인 사고를 했기에 가치판단이 분명했다. 현재 상황에 급급하지 않고, 현상에 휘둘리지 않았다. 본질을 봤다. 뭐가 진짜 중요하고, 뭐가 진짜 문제인지를 잘 알고 내린 결정이었다.

보통의 리더들은 눈앞의 이익이나 상황에 집착한다. 당장 이번 달 매출 목표가 문제고 모든 의사결정의 초점이 거기에 맞혀진다. 기준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멀리 보고 판단하기보다 당장 눈앞의 상황에 매몰된다.

흔들려야 청춘이지만, 리더의 자리는 흔들리는 자리가 아니다. 멀리 보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준과 혜안이 필요하다. '나만의 가치판단 기준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두 번째 의사결정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3.'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만약 자식이 잘못됐다면 부모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평생 가슴에 묻는 것을 넘어, 골수 깊이까지  한으로 박히지는 않을까?

이 모든 부담과 리스크를 짊어지고 내린 결정이었다. 설령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리더의 자리는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자리이다. 리더가 지는 책임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 동기부여가 되고 더 많은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생각을 꺼낼 것이다.


'니가 책임질 거야?'에서 '니'를 '나'로 바꾸고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바꾸는 리더의 말이 좋은 의사결정의  세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질게'

규현은 얼마 전 끝난 복면가왕에서 '지니'로 출연하여, 몇 주간 가왕의 자리를 지키며 감성 발라더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규현은 이 모든 것이 그 순간 자신의 꿈을 지켜준 아버지의 부성애 덕분이라며 눈물을 보였지만, 나는 급박한 상황에서 탁월한 의사결정 기술을 보여준 리더십의 힘이었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앞으로 이런 마법(지니)과 같은 의사결정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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