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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Dec 31. 2019

제74화:맘먹은 대로, 말하는 대로

꼰대라서 할 말은 좀 할게

오랜만에 친한 후배를 만났다. 이런저런 근황 토크를 하던 중, 후배가 얼마 전에 직원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고 하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 참 간사하다'라는 말로 운을 뗀, 후배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후배는 30대 중반으로 자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사업 아이템 물색을 위해 직원들과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고 한다. 열혈 청년 몇 명이 모였으니, 출장의 시작도 열정적이었다. 내일 있을 바이어와의 미팅 준비는 뒷전이고,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중국의 문화를 탐방하고, 밤에는 중국의 술 문화를 탐닉하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불타는 밤을 보내고 아침이 거의 다 된 시각 호텔로 들어가서 숙면 그 이상의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 본격적인 출장 업무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제가 된 것은 그 날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호텔방에 누었는데, 방안에 바퀴벌레 몇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중국은 중국인 것인가? 아니면 사장인 후배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싼 호텔을 잡았던 것일까?'


직원들은 곧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도저히 여기서는 못 자겠다면서 있는 불만 없는 불만을 다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숙면을 취한 그 호텔방이었는데, 하루 만에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그 전날에도 의식하지는 못했을 뿐, 분명 바퀴벌레들의 산책이 있었을 텐데, 꿀잠을 잤다고 말한 직원들의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었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단지 직원들의 마음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후배는 세상 모든 게 마음먹기 달린 게 아닌가 싶다면서, 긍정의 마인드를 생각해 봤다고 한다. '참 사장다운(?) 생각이다' 싶은 생각과 함께 내 머릿속은 평생 지울 수 없는 20년 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계를 돌리고 있었다. 때는 20대 초반, 대학교 새내기 시절이었다. 세상 있는 술 없는 술을 다 만들어 먹던 시절이었고, 친구들의 하숙방은 돈 한 푼 안 내고 기어 들어가 잘 수 있는 아지트이자 모텔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만취 상태로 어느 친구의 하숙방에 기어들어가서 되는대로 자리를 잡고 뻗어서 자고 있었다. 그러다 새벽에 타는 듯한 갈증에 잠시 잠이 깼고, 급하게 물을 찾던 중 파워에이드 물병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갈증엔 파워에이드가 최고였다. 모든 갈증이 사라지고, 다시 숙면에 빠질 수 있었다. 아침에 소란 떠는 친구 놈의 외침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야 어떤 새끼가 자다가 내 파워에이드 오줌병 엎었나 봐.. 아 짜증 나... 분명 꽉 차있었는데.. 반도 안 남았네..."


그랬다. 그때 당시만 해도 대부분 하숙집의 화장실은 공동 화장실이었고, 가끔 귀차니즘에 빠진 남자들은 방에서 그렇게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는 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위생 문제로 생략하기로 한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그날 내가 드링킹 한 그것은 내 친구의 오줌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날 내가 마신 그 음료(?)는 세상 그 어떤 이온 음료나 탄산보다 시원한 그 어떤 것이었다. 아직까지 그 청량감이 기억날 정도로 생생하니 말이다.


비록 그날 이후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친구의 소변을 드링킹 한 아이로 놀림을 받아야 했지만, 대신 그 대가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 그 어떤 것이라도 마음먹기 나름이구나.


때론 오줌물이 청정해역에서 수급한 1 급수 이상의 청량감을 줄 수도 있고, 비록 바퀴벌레와 동침하는 방이라고 할 지라도, 고단한 몸을 누일 수 있는 보금자리라 생각한다면 특급 호텔 부럽지 않은 그런 곳은 아닐까? 물론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의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고, 마음먹냐의 차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나한테 유리하게 생각하는 것, 보다 나은 면을 보는 것, 미래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 것,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오늘 하루를 즐겁고 행복한 에너지로 채워간다면 충분히 결과를 바꾸거나 적어도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그런 긍정의 에너지로 하루를 살아낸다면 조금씩 내 삶을 바꿔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옛날 신라시대의 원효대사는 해골물을 통해 그 지혜를 깨달았다. 내 후배는 바퀴벌레를 통해서 그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오줌물을 통해 그 깨달음을 얻었다. 비록 그 시작점은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비롯되었지만, 그렇게 이어진 평범하고 소소한 깨달음은 내 삶을 끌어 나가는 중심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 냈던 것 같다. 최악의 순간, 바닥에 있던 순간 발산한 긍정의 에너지 덕에 항상 잘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내가 깨달은 것과 같이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도 마음먹은 대로, 말하는 데로, 행동하는 대로 내 삶이 바뀌고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바퀴벌레나 오줌물 보다 좀 더 좋은 상황에서 깨달음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희망으로,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길 바란다.  


얼마 전 새로 산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액정의 1/3 이 깨졌다. 100% 내 실수지만, 억울하고 분해서 죽을 것 같다. 돈 생각이 앞서고, 억울함에 잠도 안 온다. 그런데 하룻밤 자고 난 다음날, 생각을 고쳐 먹었다. 어차피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는 것 마음이라도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화면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네. 2/3가 깨진 게 아니라서 다행이네.'


그리고 더 큰 깨달음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새로 산 핸드폰을 떨어뜨리진 않을까', '기스가 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핸드폰에 집착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핸드폰 액정이 깨졌으니, 더 이상 그런 집착을 하지 않게 된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치하고, 던지고, 떨어뜨려도 신경을 안 쓴다. 집착하는 마음에서 해방된 것이다. 액정을 깨뜨린 것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 해방감을 안겨준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야. 좋게 생각해’


2020년 경자년. 나도,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도 맘먹은데로, 말하는 데로 많은 것을 이루는 행복한 한 해가 펼쳐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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