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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Jan 31. 2020

제84화: 5분을 우습게 보지 마라, 5분의 힘

꼰대라서 할 말은 할게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상투적이고 닳고 닳은 말 중에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이 있다. 너무 자주 들어서 와 닿지도 않고, 시간이 금이라니 그 애매함에 왠지 현실적이지가 않다. 하지만 최근에 ‘진짜 시간이 금이구나’를 느낀 적이 있었다. 프리랜서를 선언하던 즘에 어떤 선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너 1년에 벌고 싶은 돈이 얼마냐?”


그래서 얼마를 벌고 싶다고 했더니, 그걸 1년 365일*24시간으로 나누어 보라고 했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했더니, 나중에 반전이 있다.


“그럼 너의 1시간은 24,000원의 가치가 있는 거야. 그런 생각으로 살면, 절대 망하는 일은 없을 거야”


뭔가 한 대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평소 피상적으로 시간을 잘 써야지, 아껴 써야지 하는 생각은 하고 살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것도 금액적으로 환산해서 생각해보니 시간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게다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던 5분, 10분의 시간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깟 5분’, ‘5분인데 뭘’ 하고 날려 보냈던 시간의 가치가 진짜 금쪽같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그 짧은 시간도 충분히 귀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뭐든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반으로 5분의 소중함 이자, 5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3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째, 찰나의 5분을 잡아 둔다.


가끔 살다 보면 불현듯, 갑툭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특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샤워를 할 때 자려고 누웠을 때 그런 경우가 많다. 이때 ‘우와 아이디어 좋네’라고 자화자찬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렇게 집 나간 아이디어는 다시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단지 스쳐가는 생각이다. 이때 이것을 잡아 두지 않으면 다시 기억해 내기 어렵다. 재빨리 펜과 종이를 꺼내서 글자나 그림으로 기억해야 한다. 물론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스마트폰이나 IT 디바이스를 활용해도 좋다. 메모가 아닌 음성 녹음이어도 상관없다. 핵심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잡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뇌를 되새김질해도,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의 결정적인 생각과 느낌을 똑같이 기억해 내지는 못한다. 생각이 떠오른 순간 바로 메모를 하거나 녹음을 해야 그 순간의 경험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아이디어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 예상치 못한 순간 한방에 ‘딱’ 하고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항상 그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는 어항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한번 스쳐간 아이디어를 다시 떠올리는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나에게 있어 메모는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깨어 있거나 일하고 있는 시간뿐만이 아니라, 자다가도 평소 고민하던 아이디어나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안구의 고통을 참으며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며 메모를 한다. 고속도로 운전 중에도 어떤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메모를 해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한 번 생각난 아이디어는 절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때로는 잠을 포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속도로 위에 목숨을 걸 정도로 메모에 집착을 한다.


이렇게 평소에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해 놓은 메모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이 많았다. 회사에 다닐 때 큰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나 기획의 경우 대부분 메모에서 시작되었다. 수시로 해 둔 메모들을 모아서 첫 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강의 커리큘럼이나 교안의 내용도 한 장의 메모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이 모든 시작에 5분이 있었다. 딱 5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 5분은 책상머리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5시간, 5일의 효과 이상의 힘이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메모에 집착하고, 5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둘째, 5분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가끔 권투 경기나 격투기를 보면 그렇게 쌔게 맞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한방에 훅 가서 못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뭐지? 스포츠 토토 했나? 은퇴경기인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을 때쯤 해설자가 이야기한다.  


“아 누적 대미지가 쌓였네요. 복부 타격이 누적이 되었네요”


겉으로 보이기에는 한 방에 훅 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1라운드부터 지속적으로 쌓인 누적 대미지 때문에, 결국 작은 힘에도 무너진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누적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 중에 ‘시간 참 애매하게 남았네’라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만큼 애매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어차피 연속된 개념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5분도, 50분도, 5시간도 애매할 수 있는 시간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처럼, 시간도 생각하기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지하철이 오기까지 5분 남았는데, 친구가 오기까지 5분이 남은 상황에서 ‘애매하네.. 게임이나 할까? 적당히 쇼핑이나 할까?’라는 생각과 ‘5분씩이나 남았네. 5분 동안 아티클 하나 읽을까? 책 한 챕터 읽을까?’라는 생각의 차이는 지속적으로 쌓여서, 실력의 차이를 만들 것이다. 시간을 대하는 이 애매한 차이가 나중에 누적 대미지가 될 것인지 누적 이펙트가 될 것인지, 지금 내 눈앞에 그 5분을 대하는 차이에서 시작된다. 비록 5분이지만, 이 짧은 시간도 쌓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누적은 언제나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5분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였다.


셋째, 5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마라.


소변이 마려우면 내일 가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5분이면 충분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하다 마주치는 5분이면 충분한 일 앞에 우리의 태도는 조금 달라진다.


‘5분이면 충분한데, 이따 해야지. 내일 해야지’


라는 생각에 미뤄둔다. 하지만 경험상, 짧은 시간에 처리 가능한 일을 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일을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소한 이메일, 문자 한 통 한 보내지 않은 것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특히 내게 오는 피해도 크지만 5분이면 처리할 일을 하지 않아서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시간적, 금전적 손실을 끼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교육 담당자로 일할 때, 5분이면 공지할 일을 담배 한대 피고 해야지라고 미뤄 뒀다가 깜박해서 공지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방 연수원에서 퀵으로 노트북을 대여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다. 노트북 대여비에 퀵 비까지 백만 원 이상이 깨졌다. 5분이면 충분한 데 내일 전화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담당자가 휴가를 가서 3일이 늦어지고, 전체 일정이 일주일 가량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 5분이면 될 일을 자료 하나 요청하지 않아서 강의를 못한 적도 있었다.


간단한 일정 공지, 미팅, 전화, 간단한 보고 등의 커뮤니케이션류, 전표 및 비용처리 업무, 메일 업무 등 5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은 보통 이런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자잘한 일이 많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다. 두 번째 까먹기가 쉽다. 모래성과 같이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다. 세 번째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금은 눈송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처럼 큰일이 되어 있다. 5분이면 충분한 일에 5시간, 5일을 투자하지 않으려면 그때그때 처리하자. 나에게 오는 스트레스도 적고, 상대방에게 주는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사소한 업무라도 제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5분의 힘 마지막 이야기였다.


회사일, 가사, 기타 육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5분마저 여유 있게 못쓰게 하네’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꼭 그렇게 빡빡하게 살아야 돼’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살아온 방식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 시간에 드라마를 보며 힐링을 하는 것도,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도, SNS를 통해 관계를 다지는 것도 모두 저마다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단, 비록 짧은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그 시간이 나에게 의미가 있냐 없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흘려보내는 5분이 아니라, 뭔가 의미 있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시간으로 활용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5분을 10분으로 늘려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도 가치 있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500원을 아낄 마음이 있다면, 5분도 아껴서 쓸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돈이 없다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시간이 없다는 것은 죄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단지 핑계에 불과하다. 나도 모르게 놓치고 있는,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있는 자투리 시간에서 그 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5분이 100번, 1,000번쯤 모인 그쯤에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뭔가 나의 한 축을 만들어낸 중요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5분은 그렇게 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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