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카페에서 커피 내리던 날, 마음도 내려졌다
암 수술 이후,
장루를 달고 복원했다가
다시 장루로 돌아와야 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몸도 마음도 무거운 터널 같았어요.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문득 돌아본 내 삶엔
오직 ‘살림’만 남아 있더라고요.
나, 뭘 하고 살아온 걸까—
그 허전한 마음이 오래 머물렀어요.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기로 했어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용기를 내 복지관 문을 두드렸어요.
컴퓨터도 배우고, 바리스타 수업도 듣고,
처음엔 손이 어색하고, 마음이 쑥스러웠지만
조금씩, 정말 조금씩
내 삶에 ‘나’라는 주어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지금 나는
복지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요.
거창하진 않지만
매일 커피를 내리는 이 시간이,
누군가를 향한 내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리고 문득, 일하다 말고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 삶이, 나는 참 좋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저를 웃게 하고, 배우게 하는 귀한 인연들이에요.
진영이는 조심스럽고 진지한 친구예요.
작은 실수에도 마음이 아픈 건
그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겠죠.
피아노를 치는 손끝으로 커피도 정성껏 내리는 모습,
그 진심이 참 고와요.
상언이는 우리 팀의 에너지예요.
엉뚱하고 덜렁거리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눈빛을 가진 친구죠.
"이모~ 손에 물 안 묻히게 해드릴게요!"
그 한마디에 마음이 말랑해지는 날도 많답니다.
그리고 우리 카페를 찾아주는
소중한 단골 손님들.
커피를 받아가며
“쌤~ 하트요”
장난스럽게 웃어주고,
“이모 계시는 시간이라 왔죠” 하며
내 하루를 반짝이게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마다 속으로 말해요.
“내가 뭐라고요…”
단지 커피 한 잔 내리는 사람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온기를 보태는 사람이 되었어요.
어쩌면,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삶인지도 모르겠어요.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지만
진짜 살아 있는 느낌.
몸은 여전히 불편하고,
장루는 여전히 내 일상에 손이 많이 가지만
그런 나로서도
이렇게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과 웃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감사인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