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그리고 예술의 정치성

램프 사무장 심유빈 씀

by 글마루 램프
다운로드.png 무한도전 / 출처 : 나무위키

‘무모한’, 그리고 ‘도전’. 이 평범한 두 글자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바로 지난 2018년 3월 말 종영한 ‘무한도전’이다. 지난 13년 동안 시청자들의 주말 저녁을 책임진 무한도전은 당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했던 여러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이 주말 예능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방송계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오늘은 무한도전이 준, 영향력을 벤야민의 예술이론과 관련지어 언급하려 한다.


문학 평론가이자 철학자인 벤야민은 대중예술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때문에 뜨거운 반응이 나타나며, 이는 대중예술이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새로운 가능성이며, 이 뜨거운 반응으로 대중이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곧 현실 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예술의 정치 개념을 설명하며 그는 대중문화는 실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강력히 발휘하고 있으며 정치적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현재 ‘방송’은 현시대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가장 높은 매체 중 하나이며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방송’의 스펙트럼의 조금 더 좁혀 예능 및 오락 프로그램으로 맞춰보고자 한다. 친숙한 연예인이나 유머 코드가 가미된 예능에서 공익적 이슈 혹은 사회적 이슈를 다뤄 무관심한 시민들이더라도 관심을 끌 수 있게 유도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편적인 예시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프로그램 특유의 소재의 독창성, 구성원들의 들의 팀워크가 꾸준한 사랑으로 꼽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프로그램을 통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이다. 무한도전은 역사, 환경문제부터 정치, 사회적 이슈까지 패러디와 풍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이러한 비판의 메시지는 네티즌을 통해 해석되고 공유되면서 정치적, 경제적인 감정들을 공유하고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 / 출처 : MBC 무한도전

방영 후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스피드 특집’을 예시로 들어보자. 이 특집은 외교적으로 중요한 한-일간 독도 영토 분쟁을 모든 소재와 관련지어 다루며 시청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특집 역시 현 상황을 고발하여 대중을 계몽하고 정치참여를 유도하며 대중의 심정을 반영해 비판 및 풍자한다. 평소 팀 전체를 이끌고 팀 내 에이스로 큰 활약을 하는 멤버도, 이 특집 내에서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소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관만 하며 여론에 끌려가기만 하는 정부의 모습을 상징한다. 무한도전에서는 이렇게 ‘대담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선택 2014’ 특집에서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홍보하는 데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민심을 얻기 위해 서민 흉내를 하고, 타 후보를 비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을 TV 화면을 통해 비판한다. 표면적으로는 선거를 콘셉트로 잡은 하나의 예능 버라이어티 쇼로 보이지만, 선거를 앞둔 무관심한 대중들까지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끌게 했다.


최근 한 신문사에서 진행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이 CP(책임 프로듀서)에게 ‘창조경제’ 아이템을 다루라고 줄기차게 주문했어요.”라고 했다.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프로그램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무한도전의 ‘대담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프로그램 이름에 걸맞게 끊임없는 ‘도전을 해온 무한도전은 벤야민의 예술이론에 들어맞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이 시대에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대중에 의해 소비되는 대중 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대중의 욕구에 따라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가 웃음과 조화되는 현실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실제로도 이 프로그램은 대중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예술의 정치성은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르기 위한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에겐 한 주의 기다림이었고, 누군가에겐 추억의 매개체이자 어린 시절을 함께한 동반자였으며, 또 누군가에겐 소중한 꿈을 갖게 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무한도전과 그 멤버들이 매주 보여준 ‘무모한 도전’은, 시청자들에겐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로 다가갔을 것이다. 8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보여준 메시지는 TV 화면을 나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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