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장 노혜승 씀
게임은 병일까?
아니다. 게임은 치료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중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게임이 치료라고?
그렇지만 게임은 치료, 특히 인지 재활치료 분야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몇 가지 게임을 보이며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인지치료 대상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젬블로'이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머리 쓰는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정육각형으로 이루어진 벌집 모양의 판에 자신의 말을 놓으며 상대방의 길을 막는 것이다.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한 사람이 이긴다. 정해진 전개를 곧이곧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말을 놓을 위치를 고민해보고, 상대방의 움직임도 읽어가면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다.
두 번째는 Cotras(Cognition Training System)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형 아동인지재활 시스템이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이 아니라 시스템 또는 콘텐츠라고 불러야 하지만, 각 콘텐츠가 게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스템은 4000가지 이상의 다양한 게임을 통해 ADHD 아동의 인지재활을 돕는다. 점찍기, 선 그리기 등 단순하고 쉬운 게임뿐 아니라 풍선 터뜨리기, 공 찾기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아동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사용자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스토리가 똑같이 진행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Cotras는 각 아동에 맞추어 난이도와 세부 항목을 설정할 수 있어 효과적인 개인형 맞춤치료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최고의 인지치료 시스템으로 인정받아 모 드라마의 인지치료 장면에 방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VR 게임이다. VR 게임을 재활치료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마비된 신체부위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 중인 환자들에게 VR 게임은 고마운 존재이다. 뇌졸중 등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된 환자는 단순한 동작을 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지속적인 움직임 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훈련을 위해 VR 게임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특수안경을 착용하고 컨트롤러를 갖추기만 하면 된다. 치료용 VR 게임의 대표적인 예시로 국내 병원에서 시행 중인 물고기 잡기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환자가 팔을 뻗고 움직이며 직접 물고기를 사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팔을 계속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운동 능력도 나아질 뿐 아니라, 자신이 몇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는지 기억하면서 인지 능력도 더불어 향상된다. 또한, 힘겨운 훈련과 다르게 게임을 이용한 '재미있는' 치료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집중도와 선호도도 높다고 한다. 효과적인 치료와 환자들의 호응,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현재 물고기 잡기 게임 외에도 숲길 따라 걷기, 마트에서 장보기 등 마비 환자 재활 게임은 폭넓게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활치료 게임들에 관심을 가지고 잘 알고 있는 일반인들은 드물다. 아동용 인지치료 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두 브레인'의 최예진 대표는 '이런 거는 왜 만드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재활치료 게임은 '이런 것'이 아니다. 재활치료 게임은 누군가의 아이들과 부모님, 또는 자기 자신이 다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조금 더 시각을 넓혀서, 게임 자체에 대한 관점도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떨까? 게임은 단순히 놀이나 시간 때우기 정도가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소중한 한 사람의 행복과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아줄 수 있다.
게임은 그냥 게임이 아니다. 게임은 어떤 방향으로든지 활용될 수 있는, 진정한 '세계 공용어'이다.
이 글은 Lamp 처장 노혜승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