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코펜하겐 & 헬싱키2 & 정리
베르겐에서 8시 비행기를 타고 코펜하겐 공항에 9시 반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다. 표 사는 줄에 사람들이 엄청 길게 줄을 서 있다. 열심히 자료 조사를 했을 땐 여기서 기차를 타고 중앙역에 가야 하는데, 아이고 기차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운행을 안 한다. 대신 기차표를 사고, 대체 버스를 제공해서 이걸 타고 중앙역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 대체 버스 줄도 엄청나게 길었다. 중간중간 새치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막 말싸움도 일어나는 등 대체로 좀 험악한 분위기였다. 하여간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자~ 이제 코펜하겐에 가는 거야!
버스는 긴 다리를 지나 한참 달려서 어딘가에 정차했다. 음? 근데 좀 분위기가 묘해서 기사 아저씨한테 코펜하겐 맞냐니깐 아니라고, 너 엉뚱한 거 탔다고 하네. 여긴 심지어 덴마크도 아니고 스웨덴의 말뫼라는 도시였다. 버스 잘못 탔다가 국경을 넘어가버렸다. 이 말뫼라는 도시 이름을 이때 이후론 듣지 못할 줄 알았는데 국내 조선업 붕괴 때 언급이 되어 다시 듣게 되었다.
여하튼 이 말뫼에서 다시 코펜하겐으로 가야 하는데, 맘씨 좋은 버스 아저씨가 기다리라고 하고선 잠깐 담배 피우고 오더니 다시 우리 부부를 코펜하겐 공항에 떨궈줬다. 으아 땡큐 베리 머치를 연발하며 원점으로 복귀했다. 다행히도 이제 기차는 운행을 다시 시작해서 길 잃어버리지 않고 코펜하겐 역에 도착했다.
아주 슬프게도 이번 여행에서 코펜하겐 숙소가 가장 비싼 숙소였는데 체크인 시각이 거의 새벽 2시였다. 이 비싼 호텔에서 6시간만 자고 바로 나가야 하다니!! 뭐 그래도 무사히 코펜하겐에 온 게 어디냐. 빨리 자자.
조식을 먹고 버스를 타고 인어공주 상을 보러 갔다. 딱히 뭐 인어공주 상 볼 게 뭐 있겠냐마는 어차피 그쪽부터 쭉 훑어서 여행을 할 요량으로 겸사겸사 이동을 했다. 인어공주 상을 보고, 바로 옆에 지도에서 수리검 모양으로 생긴 카스텔레트 요새를 살짝 둘러봤다.
다음으로 북유럽에 왔으니 디자인 박물관 가줘야지! 하고 열심히 박물관에 왔는데 문 열기도 전에 와버려서 조금 기다린 후 입장했다. 산업디자인 쪽 글들에서 접하던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들도 보고, 옛날 의상들도 구경했다.
근처의 아말리엔보르 성까지 걸어갔는데, 운 좋게도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국립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여러 회화 작품과 함께 어떤 전시실엔 아주 사실적으로 환자를 묘사한 사람 모형이 있었는데, 너무 응급실스럽게 잘 만들어놔서 들어가도 되나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미술관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곤 칼스버그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아마 한 번에 가는 차 편이 없어서 중간에 한번 갈아탔던 것 같다. 버스 정거장에 내려도 영 보이질 않아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 가는 길엔 어린이들을 위한 나무 타기 등등의 체험시설이 있었다. 재밌어 보이더라.
쿠폰을 사면 박물관을 구경하고, 맥주 두 잔을 마실 수 있다. 우린 시작할 때 마시면서 시작하고 (아 좋다!) 다 보고 나서 한잔 더 마셨다. 두 번째 맥주는 사서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입장권으로 마셨던 것 같다. 박물관에선 옛 공장의 발효 기구, 브랜드의 역사, 세계의 수많은 맥주병들을 볼 수 있었다. 왠지 보고 나니 칼스버그란 브랜드가 친숙해져서 나중에 맥주창고 같은 곳을 가도 괜히 칼스버그 한병 마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니하운 운하와 근처 쇼핑센터를 살짝 돌아본 다음, 다시 헬싱키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다행히 말뫼까지 가지 않고 제대로 공항에 도착해서 헬싱키에 닿았다.
밤 10시에 헬싱키에 도착했다. 첫 여행 시작지에 다시 돌아오니 기분이 색달랐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반나절 둘러본 후 귀국해야 해서 공항 안에 있는 호텔을 잡았는데 딱히 시설도 나쁘지 않아 아주 나이스 한 선택이었다. 침대 옆의 스위치를 누르니 병원 침대같이 위/아래 부분이 올라오는 게 매우 신기했다.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자고선, 다음날 일어나 처음에 가보지 못한 수오멘닌라에 갔다. 여긴 섬이라 마켓 광장에서 표를 사서 배를 타야 하는데, 표 자판기에 줄이 길어 거의 1분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배를 탈 수 있었다. 배는 몇 분 걸리지 않아 섬에 도착하는데, 그동안 아기자기한 공연도 해 줘서 즐거웠다.
수오멘닌라는 도보로 걸어 다녀야 하는데, 한 바퀴 돌면 3.5km 정도는 되기 때문에 아주 만만하진 않다. 돌아가는 배편 시각도 고려해야 하는데, 우린 사진 찍고 느긋하게 있다가 막판 오분 정도를 미친 듯이 뛰어서 겨우 돌아가는 배에 탔다. 올 때도 겨우 탔는데 갈 때도 겨우 타고. 하여간 탔으니 다행이지. 요새, 대포, 성당 등 볼거리도 많았고 섬이라 그런지 좋은 햇살에 바닷바람 맞으며 산책을 하니 기분도 좋았다.
다시 마켓 광장으로 돌아와 따듯한 생선 수프와 연어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짭조름하니 입맛에 딱이었다. 이렇게 헬싱키 시내 여행을 끝으로 북유럽 여행을 마쳤다.
9월 말에 갔는데도 꽤 추웠다. 갈 수 있으면 여름에 가라.
보통 박물관 입장비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데, 이 동네는 박물관도 비싸다. 그래도 바사 박물관이나 정유 박물관들은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바사 박물관 아주 짱이야!
연어는 맛있다. 청어 절임은 그냥 짜다. 순록은 냄새난다. 새우도 너무 맛있다.
프레이케스톨렌 너무 좋았다.
다녔던 도시 중엔 스타방예르가 제일 좋았다. 며칠 더 묵고 싶었을 정도.
온 김에 크루즈도 타 보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