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삿포로
10시 35분 비행기라 일찍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추석 연휴 시즌이라 엄청 밀릴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 그래도 티웨이 항공사 쪽 줄은 좀 길었다.
신한은행에서 환전한 현금을 찾고, 포켓와이파이를 찾아온 후 출국 수속을 마쳤다. 점심도 안 줄거라 간단히 요기를 하려고 아시아나 라운지를 가니 탑승동에도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다. 확실히 아시아나 라운지는 분위기는 고급스러운데 먹을 건 허브라운지보다 적은 듯? 따끈한 스프랑 빵 정도 먹고 비행기를 탔다. 재밌게도 아내가 잘 아는 언니랑 같은 비행기를 탔네.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한 다음, 기차를 타고 삿포로 역으로 이동했다. 치토세 공항 지하 JR라인 티켓 끊는 곳에서 일부러 외국인 창구에 서 있었는데, 어디 가나 등을 묻더니 티켓 자판기로 안내해줬다. 처음부터 그냥 자판기 쪽에 줄 서 있을걸.
기차를 타고 삿포로 역에 도착한 다음,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온 아내의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과 잠깐 인사했다. 삿포로에 몇 달째 계신 분이 있어서 현지 정보도 여러 가지 들었다.
3시 30분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바로 나와 구청사 건물을 살짝 둘러보고 오도리 공원으로 이동해서 축제 구경을 했다. 각 구역마다 테마가 뚜렷했고, 정말 깔끔하게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지역 축제를 가보면 정말 쓸데없이 호미 팔고, 이상한 약초 팔고 하는데 여긴 딱 온갖 먹을 것들만 파네. 멋지다. 나와 아내는 가볍게 맥주 한잔과 라멘을 먹었다. 엄청 맛있거나 하진 않았지만 즐거운 분위기에서 먹은 일본에서의 첫끼라 좋았다. 둘러보면 다 먹고 싶은데 절대 싸지가 않아 ㅠㅠ
슬슬 스스키노 쪽으로 시내 구경하면서 걸어내려 가서 예약했던 카니혼케에게 갔다. 원래 8시 예약인데 6시 좀 넘게 가서 조금 기다렸는데, 그래도 두 명 먹을 수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좋았다. 옛날에 갔던 가게는 근처의 카니쇼군이었는데, 거기나 여기나 내 입맛엔 큰 차이가 없었다. 짱짱 좋아!
여기서 열심히 먹고 다시 슬슬 삿포로역 쪽으로 올라갔다. 돈키호테도 들러보고, 다시 오도리 공원에 들러 소 혓바닥 구이, 굴 구이, 조개구이, 닭 꼬치구이 등등 여러 가지 사 먹으며 놀았다. 첫날은 이렇게 시내에서 열심히 먹고 돌아다니며 마쳤다.
둘째 날이다. 이날은 예약해 둔 여행박사 버스투어 날이다. 비 올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날씨는 흐렸다 맑았다 정도이고 비까진 오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삿포로 시계탑을 쓱 보고, 테레비탑 밑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는 거의 만석이었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지 않아 휴게소에 들렀고, 샌드위치와 우유를 받았다. 샌드위치와 우유 모두 맛있었다. 중간에 전망대 같은 곳에서 잠깐 쉬었다가 후라노의 여러 나무들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았다. 버스가 한참 가다가 "무슨 무슨 나무입니다" 하고 내려서 사진 찍고, 다시 출발해서 무슨 무슨 나무입니다. 하는 게 좀 웃기긴 했는데, 평화롭고 참 좋았다.
중간에 비에이 역에 내려서 점심을 먹었다. 여긴 쥰페이라는 가게의 새우튀김이 맛있다고 하는데, 역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굳이 거기까진 가지 않고, 역 근처의 고에루라는 곳에서 먹었다. 아내는 카레우동을 시키고, 나는 고기구이를 시켰는데 고기구이가 너무 오래 걸려서 버스 출발시간 맞추기 위해 거의 마시다시피 먹고 나와서 좀 아쉬웠다. 맛은 있었는데.
계속해서 버스를 타고 흰수염 폭포에 도착해서 구경을 했다. 알루미늄이었나? 광물질의 영향으로 물의 색이 독특하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옥색 같은 신기한 색을 뗬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나름 재밌는 볼거리이긴 했다.
다음으론 사계채의 언덕을 갔다. 원래는 아오이이케를 가야 하지만, 당시엔 태풍의 영향으로 관광이 금지되어서 대신 이곳에 갔다. 라벤더가 하이라이트인 기간은 좀 지나긴 했지만 아직은 그래도 볼만 했다. 실제 가보면 색도 좀 빠지고 했지만 사진은 잘 나오네. 알파카 농장도 있었는데 돈 내라고 해서 가보진 않았다. 꽤나 넓어서 열심히 돌아다녔다. 오는 길엔 옥수수를 사 먹었는데, 오 매우 맛있었다. 홋카이도 옥수수는 다 맛있는 듯!
다음으론 산타수염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들렀다. 아이스크림 가격도 여행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각 하나씩 시켜서 먹었는데, 맛있게 먹긴 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마지막 도착지인 닝구르 테라스에 도착했다. 숲 속에 여러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방이 있는 아기자기한 곳이었는데, 자유여행이었다면 굳이 들르진 않았을 듯한 느낌?
닝구르 테라스를 출발해서 다시 삿포로 역으로 돌아오니 오후 7시가 되었다. 한 거 별로 없이 하루 종일 버스만 탔는데도 굉장히 피곤했다. 다시 오도리 공원의 축제 장소로 가서 스테이크를 사 먹고, 간단한 디저트 거리를 사 들고 호텔로 돌아와서 하루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