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 첫째 날
2014년 8월 8일부터 11일 까지, 3박 4일로 대만 타이베이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온 지 벌써 근 3년이 되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열심히 기억을 긁어모아 정리를 해 본다. 되돌아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처음 다녀온 해외여행이었네.
타이베이는 이미 아내가 다녀와봐서 어느 정도 동선을 아내가 머릿속에 짜 두었다. 예류 지질공원, 야시장, 고궁박물원 정도를 코스에 넣어두고, 아내는 가보지 않았던 요즘 인기 많은 관광지인 핑시선 기차여행을 추가했다. 좀 더 멀리 택시 타고 떠나는 여행도 알아봤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당시 너무 비가 많이 와서 해당 지역의 관광객 출입이 금지되어 깔끔하게 마음을 접었다.
비행기는 케세이패시픽으로 갔고, 호텔은 중앙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차인 호텔로 잡았다. 호텔은 꽤나 모던한 느낌이었고, 지하철 역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이긴 하지만 주변에 상점가도 있어서 좋았다.
그 밖의 사전 준비는 별로 한 게 없고, 투어팁스에서 타이베이 가이드 북을 준비하는 정도만 대비를 했다. 도시 위주 여행이다 보니 투어팁스 가이드북이 더욱 유용했다.
http://www.tourtips.com/ap/guidebook/detail/?bookId=308
5시에 판교에서 일찍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해서 9시 비행기를 타고 10시에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이 별로 안 걸리네. 공항에 내려선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기록해 둔 메모를 보니 편도 125원,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적혀있다.
대충 12시쯤에 타이베이 중앙 터미널에 도착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터미널의 아무 식당에나 들렀다. 대충 대만의 김밥천국 같은 가게가 아닐까 싶네. 국수와 만두와 밀크티를 시켜 간단히 요기를 했다. 맛은 기억이 안 나는데, 뭔가 대만의 향(?)이 많이 났던 듯? 고수는 여기저기 다 들어가는데, 나와 아내는 고수에 딱히 반감이 없어 잘 먹었던 듯.
배도 채웠고, 슬슬 호텔로 이동하는 길에 통신사가 보여 USIM 칩을 샀다. USIM칩을 살 때 신분증도 복사하고 이런저런 것을 적어내야 했고, 보증금도 냈다. 보증금은 usim 칩 반납할 때 돌려받는다. 하지만 보증금 돌려받아야 하는 걸 인천공항에서 깨달았던 건 함정. 요즘 다시 떠난다면 그냥 포켓와이파이를 준비해 가겠다.
호텔에 체크인해서 짐을 맡기고 첫 번째 행선지인 용산사로 갔다. 귀찮아서 그냥 택시 타고 갔다. 택시비는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외국의 절은 처음 가봤는데, 우리나라와 느낌이 매우 달라 신기했다. 도시 한복판에 절이 있고, 내부는 뿌연 향 연기가 가득했다. 중국 영화에서 보던, 나무판자를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허리를 연신 굽히며 기도하는 분들의 모습도 매우 이국적이었다. 용산사는 굳이 가볼 필요 없다는 평들도 있는데, 나는 너무 재밌었다.
슬슬 용산사에서 시먼딩 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8월이었는데 날씨도 맑고, 걸어 다닐 만 했다. 이젠 한 여름 습습 꿉꿉한 게 홍콩이나 대만이나 우리나라나 비슷비슷한 것 같다.
가는 길엔 예전 공장을 고쳐서 아티스트들의 전시장으로 만든 거리도 있었는데, 나에겐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일본풍에 젖어있어서 그런지, 대만의 일러스트나 팬시상품을 봐도 내 취향은 아닌 듯.
걸어 걸어 시먼딩으로 가서 상점들도 구경하고, 망고빙수로 유명한 가게들 중 삼형매 집으로 갔다. 삼형제가 아니네? 삼남매 정도 되려나보다.
학교 앞 분식집스러운 책상에 빙수를 내어준다. 재밌는 게 뭔가 식기도 되게 불량식품스럽고, 가게도 불법 영업점 같은 느낌인데 정작 음식들은 꽤 정갈하다는 느낌? 도대체 저 사진의 오른쪽 상단, 화성 동탄에서 오신 분은 어떻게 저 자리에 낙서를 했지?
망고빙수는 꽤 맛있었다. 전반적으로 이 나라는 가성비가 아주아주 훌륭해!
시먼딩에서 젊음의 거리 구경을 하다 타이베이 101의 야경을 보러 이동했다. 아마 내 기억엔 타이베이 101로 이동하기 전에 우육탕면을 먹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먹긴 먹었는데 언제 먹었던 건지..
이 가게 리뷰는 여기를 참고하길 바란다. 맛있었어!
지하철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갔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건물은 높이도 높이이지만 대나무를 본떠 만든 외관도 꽤 멋졌다. 건물 앞엔 LOVE 조형물이 있어서 우리도 한방 찍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 올라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돈 많이 더 내면 fast lane으로 금방 올라갈 수 있네. 무서운 자본주의 세상!
매우 빠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가서 야경도 보고, 전시되어 있는 조각품들도 구경했다. 건설 과정도 영상으로 틀어주고 있는데 이것도 볼 만했다. 건물의 꼭대기 부분에 진동을 잡기 위해 매우 무거운 추를 설치해두었는데, 이걸 캐릭터화 한 게 재밌었다. 근데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었다. 뭔가 2% 씩 다들 아쉬운 느낌. 캐릭터보다 거대한 철구 자체가 훨씬 멋졌어! 엔지니어링!
단순히 야경만 보기엔 전망대 입장료가 아깝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것저것 볼 것이 많아서 나는 입장료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 거대한 철구!
구경도 잘 했겠다, 첫날 저녁은 본토의 소룡포를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매우 유명한 딘타이펑을 갈까 했는데, 타이베이 101에 있는 곳은 너무 붐볐다. 그래서 딘타이펑 말고 융캉제에 있는 카오지라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 곳 소개는 아래 블로그 참고.
영업시간 끝날까 봐 조마조마하며 갔는데 다행히 아직 닫지 않았다. 소룡포, 새우 쇼마이, 동파육을 시켜 먹었는데 다 너무 맛있었다. 특히 동파육은 우리나라에선 꽤 비싸고, 큰 단위로 팔아 선뜻 주문해 먹기 쉽지 않은데 여긴 작은 단위로도 팔아 두 명이 가서도 다른 만두와 함께 시켜먹을 수 있었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무엇인가 잠시 있었다가 사라진 현장.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느라 저녁 먹고 집에 들어가선 조금 있다 바로 기절한 듯 하다. 첫날부터 재밌는 것들 보고, 맛있는 거 잘 먹고 다녀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