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성공시키기는 너무나 어려워
크래프톤 웨이를 읽었다. 주변에서 "아주 솔직한 책이다" / "크래프톤은 왜 이렇게 적나라한 책을 냈을까 신기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어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읽어봤네.
첫 벤처회사를 거쳐 두 번째로 다닌 회사이자 처음으로 경험한 체계 있는 규모의 회사가 네오위즈였다. 내가 입사할 당시엔 장병규 전 대표님은 아마 군 복무 중이었던 걸로 안다. 그리고 전사 회식에서 먼 자리에서 몇 번 뵙고, 2005년엔 첫눈 창업을 하셨으니 멀리서만 본, 네오위즌이랄까.
네오위즈 시절 낯익은 이름의 분들이 많이 등장해서 재밌었다. 책엔 나오지 않지만 블루홀 시절에 아는 분들도 몇 분 다니셨고, ( + 그리고 대부분 퇴사하셨고) 술자리에서 듣기론 매우 힘들게 일을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하셨던 기억도 난다.
참으로 우울한 책이다. 창업하고 소송당하고, 열심히 개발했는데 뭔가 잘 안 풀리고, 그 와중에 지쳐서 떠나간 사람도 생기고. 뭔가 장병규 대표님의 계좌는 마르지 않는 샘 같았는데(...) 개인 재산 상당 부분을 넣고 힘들었다는 부분도 참으로 고통스러운 부분이다. 특히나 후반부 장병규 님이 전달한 글들을 보면 구조조정으로 입은 상처들이 무척 컸다보다. 나도 팀 내에서 개인면담 하는 거 너무 힘든데. 구조조정은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으으.
그렇다고 지금의 크래프톤이 있게 만든 배틀그라운드를 만드는 과정이 순조로웠나 하면 그것도 아니네. 배그 개발을 이끈 김창한 대표님이 배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경영진에게 큰 불만을 계속 토로하는 장면이 참 인상 깊다. 와우, 이런 것까지 너무 솔직하게 썼네. 대단한 책이다.
경영진은 초반 비전이 바뀌긴 했지만, 우직하게 "게임 개발의 명가"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성공담에선 "그렇게 우리의 비전이 빛을 발해 성공작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될 텐데, 이 책에선 배그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별로 그런 부분이 안 보인다. 철저하게 흥행 상품인 게임이라 그런가. 이전의 실패가 과연 다음의 성공의 거름이 되는 걸까 하는 부분에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명장을 만들어냈지만 그다음 영화가 완전 망작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니깐. 결국 경영진이 얘기하는, 일단 많이 만들어야 그중에서 성공작도 나오는 게 맞는 전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끝까지 다 읽어도 "그래, 이런 과정을 거쳤으니 다음번 크래프톤 게임은 명작이 나올 거야!"라는 희망을 전혀 주지 않는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가장 큰 교훈은 "게임 만들기는 정말 어려워!" 다들 배그 신화를 보면서 야, 크래프톤 좋겠다~ 생각했겠지만 그전에 이런 고통의 나날들이 있었는지 잘 알게 되었다.
이 정도로 솔직한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게임 업계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간접체험하기 참 좋은 책이라고 본다. 재밌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