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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Nov 28. 2015

서늘한 휴일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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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추위에 아주 취약한 사람이지만, 아주 아주 추운 날 차갑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후후 입김을 불어대는 것을 좋아해요.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는 건 아무래도 우아하지가 않으니까요. 한참 썼던 여름의 향수가 동이 나고 묵직한 우드향이 제 몸에 다시 익숙해 지는 11월과 12월이 왔어요.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춥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와요. 이불을 목까지 끌어서 덮는 게 자연스러운 휴일 아침을 생각해요. 10시쯤 일어나서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집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 먹어야지’ 하는 거죠. 하지만 집 주변은 쓸데없이 부지런한 사람들이 멋을 한껏 내고 돌아다녀요. 아직 휴일 전야의 여운이 남은 남녀도 카페에 멍하니 앉아 있을 테고요.

이제 막 일어난 나는 세수도 화장도 하지 않아서 정말 아무 것도 없어 보이겠죠. 애인도 없어서 계획도 없어 보이는 건 아무리 진짜 그렇다고 해도 초라해 보이니까요. 그냥 동네를 한적하게 걷고 싶은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입고 나갔다가는 게으른 여자 취급받을까 걱정도 돼요.

불편한 평일의 끝에 마주한 편한 휴일에는 사실 스웻쳐츠에 트레이닝 팬츠 혹은 패딩 조끼나 점퍼면 충분하잖아요. 빵을 사고 사람 구경을 하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야 하니까 편한 운동화를 당연히 신어야 하고요. 누굴 만나러 가거나 핫 플레이스에 점심을 먹으러 나선 그들의 시선에 나를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리고 서늘함이 감싸는 주말이나 휴일 오전의 여유를 놓칠 수는 없어요. 이건 이 계절, 시간만이 주는 특별한 순간이니까요. 뭘 입을까 하는 고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 시간에 어떤 빵을 먹을까 고민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니까요. 침대에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몸에 두른다는 느낌으로 옷을 고르고 싶어요.

물론, 그래도 갖춰 입은 태가 날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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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나를 위해 어떤 옷들은 필요해요. 휴일 오전의 옷이 사람에게 주는 힘을 믿어요. 오전의 맛있는 빵과 커피와 기분 좋은 날씨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연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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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bit.ly/1hs7B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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