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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Feb 04. 2016

가련한 겨울

아련한 희망이 눈에 아른거린다.

매해 새 컬렉션을 볼 때마다 막연하게 내년 겨울에는 이런 옷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작년에는 우울했던 현실에 막연한 희망을 담아 버버리 컬렉션과 질 샌더 컬렉션을 소개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나 코트 두 개와 봄버 하나와 점퍼 하나, 니트 두 개, 바지 세 개, 스웻셔츠 두 개, 셔츠 세 개 그리고 신발 두 개로 겨울을 나고 있다. 물론,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경우의 수를 금방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르나 손으로 꼽히는 숫자와는 달리 그 조합이란 사실상 거기서 거기여서 현실은 그냥 어렵고 똑같고 똑같다. 똑같은 옷을 벗었다가 입는다.

A.P.C의 2016년 가을/ 겨울 컬렉션을 보았다. 싸구려 검은색이 지겹다. 겨울에도 우아한 색을 입고 싶다.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한 현실과 우울한 미래가 몹시 괴롭혀도 다음 겨울에는 좋은 옷 입겠지 하면서 결국 나를 속인다. 속이는 줄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는 이유는 오늘 월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련한 희망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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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 2016 FALL/ WINTER Collection
http://hypebeast.com/hb1os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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