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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Jun 02. 2023

오늘의 기록


문득 기록을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쓰려던 소설은 아직도 멈춰있고 수많은 아이디어의 뒷이야기는 메모장에서 썩고 있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상에 앉으면 유튜브만 보고 있는 내가 한심해질 때쯤 잠이 온다.


어쩌면 이리 무기력한 지

머릿속도 온통 무기력 천지인지라 아이디어도 하고 싶은 일도 사고 싶은 것도 떠오르질 않는다.

드디어 며칠전 해버린 수술 때문에 얼굴은 멍 투성에 팅팅 부어있지만

그래도 답답하게 안 보이고 매번 눈에 뭔가 낀 것 같은 이물감이 사라져서 만족한다.

부기가 다 빠지면 그나마 진하던 쌍꺼풀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제대로 눈뜨고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진하게 쌍꺼풀을 만드는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쌍꺼풀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후회하자 말고 살자

철들지 말자 

이런 목표로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오롯이 후회로 가득 차있다.

특히나 지난 오 년은 견딜 수가 없어서 거의 일 년을 넘게 후회하는 일로 하루를 꼬박 보냈다.

무언가 생각이 나면 그것이 후회가 되어 몸부림이 쳐질 정도로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만 처박혀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그저 나만 쳐다보는 소중한 존재에만 의지하며 그렇게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나이는 먹어서 하루는 그만큼 빨리 지나가는데

다급했던 마음도 사라지고 그저 잠들어 있기만을 바랐다.

잠을 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져 잠이 안 오고 후회로 눈물만 흐른다.

울다 지쳐 잠들겠지 하면 속이 비어 배가 고파 잠이 안 온다

잔뜩 먹고 포만감에라도 잠이 오겠지 하면 또 체하거나 속이 불편해 잠이 안 왔다.

그러다 난 30시간 이상을 깨어있다가 12시간을 잤다.

눈을 뜨면 억지로 다시 잠이 들어 다시 일어날 때엔 머리에 피가 쏠려 어지럽고 온몸에 피로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일 년을 넘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며 후회만 했다.

새로운 일을 구해 시작하거나 새로운 것에 희망이라도 생길라 치면

어쩜 그리도 타이밍이 기가막힌지 정말 다양한 이유로 무산되게 만들어졌다. 모든 상황이

온 우주가 내가 절망하고 가만히 집에 처박혀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오늘은 밖으로 나가 걷기라도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소나기가 왔고

그래, 몇천 원이라도 벌자. 하면 그마저도 어렵게 만들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라도 가야지 하면 오래되어 이것저것 다 정비를 해놓은 내 차가 갑자기 말썽을 부렸다.

이렇게 다양한 핑계들이 날 다시 주저앉게 만들었다.

그저 눈을 감으면 다시 뜨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이 들고

모든 시간에 의미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 내가 꾼 꿈의 의미를 찾는 것에 집중했다.




#

한번 해외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사업도 해봤고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지라

이곳저곳에서 날 챙겨주려는 고마운 인연으로 이런저런 일거리가 들어왔다.


언어 때문에 가기 힘들고

소중한 존재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도저히 그곳에서 일할 용기가 나지 않아 거절하고

그렇게 몇 개국의 일을 거절했다.

가고 싶은 나라에선 일이 들어오지 않았고

사십 대에 건강도 자신 없는 나는 선택의 폭이 아주 줄어들어있었다.

무엇보다 내 소중한 존재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고,

또 보고 싶은 존재를 데려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곳이어야 했다.


떠나 온곳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아픈 기억이 가득하고 몇 가지 추억은 그 아픈 기억에 비하면 너무나도 적어서 

아무리 좋은 조건의 일이 들어와도 딱 잘라 거절했다.


적당히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조건을 가진 곳에 가려고 했다.

그냥 그게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선 이제 더 이상 내가 일 할 곳이 없어진 상황에선 그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정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의 일자리 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나라는 같지만 도시는 다른 그곳

어쩌면 그곳에선 그리운 존재를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어쩌면 봄의 도시라는 그곳이 나에게 다시 봄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늘 바다가 있는 곳으로만 터전을 잡았던 내가 숲 속에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정말 작은 시골마을 같아서 답답할 거야 라는 의견보다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괜찮아 라는 한마디가 더 솔깃했다.


코로나 시절 바다밖에 없는 시골마을에서도 잘 살았던 나였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걷는 걸 좋아했던 나였다.

소중한 존재와 산책하기 좋을 것 같은 곳이었으니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도 제대로 끝맺음을 못하고 와서

다시 날 부르는 건가 하는 의미부여도 해보고 있다.


이제 결정은 했고

준비의 시간이다.

길지 않은 시간 잘 준비해서 

홀로서기를 멋지게 하고 싶은 생각인데

생각은 앞서나가는데 역시나 마음은 저 뒤에 쳐져있다.


잘해야 된다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가득하지만 

처음 해외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패기와 자신감도

용기와 호기심도 지금은 없다.

하지만

지금 난 안 돌아올 생각이다.

정착해서 무언가 이루지 못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다.


독하게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

쓸려가듯 마음을 그렇게 먹어야 한다.


그래도 나와 소중한 존재만의 공간은 생길터이고

좋은 기후에 기분 좋은 산책이 보장되어 있다 

나만 걷는다면 늘 함께 걸어줄 소중한 존재도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보단 나은 삶을 살 수 있겠지


혼자서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내 취향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눈치 볼 사람도 맞춰야 할 파트너도 없는 것이 내 인생에선 어쩌면 가장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준비를 해야 하는데

또 나는 이렇게 주절주절 글만 쓰고 앉아있다.

이렇게

오늘을 기록하고 억지로 나를 일으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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