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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혀?

개 안혀!

by 사브리나 Feb 26. 2025



언젠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충청도에선 "개고기 먹어요?"라는 말을 "개 혀?"라고 한다고 해서 한참을 웃은 적이 있다. 나는 "개 안혀!" 쪽이다.

개고기의 맛을 모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한때는 나도 개고기를 즐겼었다. 굳이 자세히 말하자면 전골, 수육, 탕 종류별로 즐겼다. 역대 대통령의 단골집 '청계산 황구' 식당부터 시라소니 손녀가 하는 평택의 오래된 수육 집까지, 찾아다니며 즐겼었다. 가끔씩 생각나서 입이 침도 고였었다.



처음 시작은 아빠의 거짓말이었다. 개고기를 먹자는 부모님의 대화에 동생과 나는 방방 뛰었다. 어떻게 귀여운 강아지를 먹을 수 있냐며 부모님에게 바락바락 대들었다. 부모님은 작전을 바꿨다. 아빠가 물었었다. "개고기는 아니고, 우리 곰고기 먹으러 가자. 곰은 나쁘고 무서우니까 먹어도 되지?" 그 말에 동생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쁜 곰을 먹으러 갔다. 남한산성에 위치한 <금수강산>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의 단골집. 전골에 국물을 후룩후룩 마시면서 결대로 찢어지는 고기를 참으로 잘도 먹었다. 볶음밥까지 배불리 먹고 나서 생각했었다. 곰은 나쁜 동물이지만 맛은 참 좋구나. 그렇게 몇 년쯤 <금수강산>에 가는 날을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나서 나는 메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금수강산> 메뉴에는 토종 닭백숙을 비롯해, 도토리묵무침, 그리고 보신탕, 전골, 수육이 있었다. 곰고기는 팔지 않았다.

배신감은 없었다. 은연중에 나도 눈치를 채고 있었나 보다. 그때부턴 나는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도 개고기를 먹었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엔 '꼬마'라는 치와와로 추정되는 강아지 있었다.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참 이쁜 짓을 많이 했는데, 나에게 관리를 맡겼지만 내 나이 겨우 13살, 나는 강아지를 책임지기에는 너무 바쁜 중학생이였다. 그래도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참 뛰어놀곤 했었는데, 어느 날 아빠가 시골에 보내버렸다. 그리고 치와와가 저렇게 살이 찔 수도 있는지를 알게 됐었다. 그때 내 생각엔 꼬마는 애완견, 그리고 보신탕 개는 가축처럼 길러지는 개였다. 먹는 개와 가족이 되는 개는 다르다는 것이 나의 인식이었다. 그래서 나도 보신탕을 먹으면서 뉴스에 가끔 나오는 다른 집 개를 잡아먹은 사람들은 경멸했다. 그땐 반려견이라는 말도 없었고, 그나마 애견이라고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저 개를 키우는 사람과 안 키우는 사람 정도로 분류됐었다. 남의집 개를 잡아먹는다고 감옥에 가거나 심한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몇만원 개값을 치루고 나면 끝이였다. 

나이가 들어 알게 되었다. 개는 그저 다 같은 개라는걸, 성향이나 성격은 다를 수 있지만, 개들은 사람을 따르고 충성을 다 한다. 사람이 개를 이용하고 먹을 뿐이라는걸 알았다. 그리고 안녕! 개고기와 영원한 작별을 했다. 마음을 먹고 끊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찾지 않게 되었다.


베트남 중부지방에서 가이드를 할 때 후에, 지방에 꼭 가는 현지식당이 있었다. 황실 요리 전문으로 입구부터 으리으리한데, 음식은 더 괜찮았다. 황실 요리를 하는 식당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식당이었다. 한동안 후에 스케줄이 잡힐 때마다 그곳을 들렀는데, 식당 세 곳이 모여있는 그곳엔 늘 이상한 바비큐 향이 진동했다. 주차장에서 식당 입구로 가는 길에 반드시 지나치게되는 작은 로컬식당이 있었는데 정체불명의 바비큐는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곧 그 바비큐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다름 아닌 개고기 바비큐였다. 냄새도 역했다. 애써 무시했는데 일이 터졌다. 손님들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그 식당을 지나는데, 바비큐 불판 위엔 작은 고기 조각만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다음 순서의 강아지 한 마리가 바들바들 떨면서 묶여있었다. 흔히 식용이라고 생각되는 덩치가 큰 개가 아니었다. 통통한 시츄 한 마리가 털이 더럽게 엉겨 붙어있고, 눈은 생기를 잃었다. 어찌나 바들바들 떨고 있는지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에, 아주머니 손님 한 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강아지를 풀어주려고 달려들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자기가 돈을 줄 테니 저 강아지를 풀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고 나보다 빨랐다. 나는 가이드의 입장으로 중재했지만, 후에 사람들은 남의 말 안 듣는다. 본인들의 저녁이 사라지는 걸 볼 사람들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강한 사람 하면, 후에 사람이니까. 손님들을 다독여 식당으로 안내하고 따로 남아 한참을 설득했지만, 손님들이 식사를 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시츄는 이미 바비큐가 되어 다리가 한 짝만 남아있었다. 그 뒤론 아무리 그 식당이 괜찮아도 다시 갈 수가 없었다. 트라우마 생겼다.


베트남도 개고기를 먹는다.(일부사람들이) 대부분은 바비큐를 해서 먹는다는데, 여기도 우리나라 옛날과 똑같다. 개장수들이 판을 친다. 베트남 강아지들은 대부분 낮엔 자유롭게 동네를 돌아다닌다. 묶어서 키우는 집들도 있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낮엔 대부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배변도 하고 친구도 만든다. 그렇다고 강아지들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저 키우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때를 노린 개장수들이 강아지들을 사냥한다. 

처음 이사를 와서 산책을 할때, 모든 강아지가 환타를 경계했었다. 동네에서 가장 큰 강아지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집 앞을 지나가면 맹렬하게 짖어댔다. 겁쟁이 환타를 애써 설득하며 다른 개들이 환타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으며 산책하러 다녔는데, 며칠 정도 지나다니니 웬만한 개들은 환타와 인사를 나누고 다음부턴 산책 친구가 되었다. 지금도 몇몇 개들은 여전히 환타를 경계하지만, 꽤 친해진 친구들이 있었다.

환타의 절친 시바가족 과 언제라 꼬질하지만 귀여운 노 와 퍼피

 더벅머리 얼루기는 처음에는 가장 강렬하게 환타를 경계하던 개였는데 어느 순간 조심스럽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하더니 친구가 되었다. 환타가 산책하는 모습이 보이면 저 멀리서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길을 안내하듯이 앞으로 가며 나와 환타를 반겨주었다. 중형견 정도 되는 아이라서 가끔은 환타랑 펄쩍펄쩍 뒤엉켜 놀기도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얼루기가 안 보였다. 지나면서 집안을 봐도 얼루기가 없었다. 손짓발짓을 동원해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사라졌단다. 개장수의 짓일 거라고 했다. 

같은 길에 끝 집. 흰둥이도 있었다. 강아지 때부터 멀리서 꼬리만 흔들던 진도를 닮은 흰둥이는, 몇 달 새 덩치가 훌쩍 크더니 자유롭게 다니기 시작했는데, 환타를 유독 좋아해서 환타가 산책길에 나서면 앞으로 달려와 엎드리고 배를 까고 좋다고 티를 내던 귀여운 강아지였었는데, 역시나 사라졌다. 같은 길의 두 집의 강아지가 한날한시에 사라졌다. 개장수 소행이 확실하다. 그 개장수 제명대로 못 살기를 바란다.

사라진 얼루기 와 흰둥이, 어딘가에서 사랑받고 있기를...


달랏은 달랏만의 문화가 있는 도시다. 고산지대라서 다른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약간은 폐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표면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달랏 사람들"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 방법이 아주 대단하다. 달랏에 오기 전 페이스북에서 달랏 관련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남자를 때려죽인 영상이었는데, 남자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모르고 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였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이 아닌 남자를 둘러싸고 소리를 질러댔다. 공안이 트럭에 남자를 밀어 넣었는데 그대로 쓰러진 남자는 죽었다고 했다.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번역해서 보니, 동네의 개들을 훔쳐 가던 개장수를 온 동네 사람들이 때려죽인 것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때렸기 때문에, 그리고 공안도 달랏 사람이기 때문에 살인자를 특정할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그 개장수가 죽는 순간까지 맹렬하게 그를 욕했다. 기괴했지만 그래도 환타를 데려가기에는 조금 안심이 됐달까? 

달랏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를 사랑한다. 다른지역보다 조금더 사랑한다. 아직은 달랏에서 개고기 바비큐는 못 봤다. 그리고 보고 싶지 않다. 얼루기와 흰둥이도 그저 누군가 개가 탐나서 훔쳐 갔기를 바란다. 개장수가 식당에 팔아넘긴 게 아니라 귀여운 외모에 끌린 누군가가 데려가서 잘 키우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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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를 먹으면 왜 안 돼? 그럼, 돼지나 소나 닭은 왜 먹어도 되는 거야?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떤 지식인의 명쾌한 해답을 듣게 됐다. 그래서 그 뒤부턴 나도 그렇게 말한다.


작가이기도 유튜버 이기도 그리고 건축가이기도 한 오 기사님의 똑똑한 대답을 다시 말해보면,


개 식용 금지가 왜 맞나?

> 개고기 문제에 대해서 늘 싸우고 대립하는 이유는 질문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문화이기 때문에 맞냐 틀리냐로 질문해서는 안된다. 이 대답은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세련됐느냐 촌스럽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교양 있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단어의 문제라기 보다는 느낌의 문제이다. 문화에는 세련된 문화와 촌스러운 문화가 있다. 촌스러움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촌스러운 것 중에서는 도태되어야 할것들이 있고, 그대로 명맥을 이어갈 것들이 있는데,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이게 아주 미래지향적이고 세련된 행위다. 라고는 못할 것이다. 보통 옛날부터 먹어왔으니, 지금도 먹는 거지. 라는 말을 하는데, 그래서 개 식용 금지가 맞냐? 틀리냐? 라는 질문에는 개를 먹는 문화는 촌스러운 문화라고, 답하는 게 맞다.


우리의 전통문화인데 외국인들은(사람들은) 왜 뭐라고 하냐?

> 이 질문은 전통이라는 정의를 잘못 내려서 그렇다. 전통을 보통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현재에도 이어지는 우리의 문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고, 그게 미래 가치를 가질 때 그것이 전통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지만, 지금은 없애야 할것들이 엄청나게 많고, 없애가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분제 문화, 남녀 차별 문화, 폭력 문화 같은 게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 당연히 해왔던 문화들이다. 그게 문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인류역사상, 우리나라 역사상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결국 개고기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남의 전통을 가지고 맞냐 틀리냐 정의 할 수는 없지만 남의 전통에 대한 느낌은 들 수 있다. 최근의 탈레반이 여성들에게 부르카를 쓰게 한 것, 우리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좋은 느낌으로 보지는 않는다. 극우 이슬람의 문화가 조금 완화됐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듯이.

 인도에서 계급사회의 문화가 아직 남아있어 누구는 귀족이고 누구는 불가촉천민이라서, 귀족들이 불가촉천민을 동물처럼 취급하는 일을 보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그들의 그런 문화를 보고 당신들의 문화이니 인정할게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중국에서 박쥐를 먹어서 코로나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우길때, 먹을 것이 그렇게 많은데 왜 박쥐를 먹어? 라는 질문에 이백 년 전 우리 조상 때부터 먹었어. 라는 대답을 들으면 할 말은 없다. 그들의 문화라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래도 비판은 할 수 있다. 문화라는 것에는 격차가 있으니까. 

문화는 세련되거나 촌스러울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앞서 나가는 사람일수록 세련된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고, 뒤에 있을수록 촌스러움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다만 촌스럽다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중에선 계승해야 할 것이 있고, 사라질 것이 있다. 세련된 문화중에서도 미래 시점에서는 문제가 될 것도 있고 계속 나갈 문화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고기를 먹는 걸 가지고 왜 뭐라고 하냐? 하고 하는 사람들에겐 "그럼, 부르카를 쓰는 문화도. 박쥐를 먹는 문화도, 사람들의 계급을 나누는 문화에 대해서도 그저 너희 나라 문화니, 인정할게"라고 받아들이라고 해야 한다.


소와 닭과 돼지는 되고 왜 개는 안되나?

> 논리의 문제가 아닌데 논리로 싸우면 안 되는 질문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되는 싸움이니까.

주류의 세련된 문화 자체가 소와 돼지와 닭은 먹는 거고 개를 먹으면 안 되는, 촌스러운, 심지어 혐오스러운 그런 거다. 혐오하지 않고 살아가면 가장 좋지만, 우리도 혐오를 당하기도 하고 우리가 혐오하기도 한다. 그건 분명하다. 

세계사를 보면 중국이 선도할 때가 있고, 중동이 선도할 때가 있고, 유럽이 선도할 때가 있다. 지금은 미국 쪽이 선도하고 있다. 그때그때 선도하는 나라에 따라서 뒤처지는 비선도 국가들의 문화도 많이 바뀌어 왔다. 21세기 현재 지구의 문화는 소, 돼지, 닭, 양고기는 먹고, 개는 안 먹는 그런 문화가 주류 문화고 세련된 문화다. 왜 안 되느냐 왜 틀리냐가 아니다. 그것이 세련된 문화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소와 돼지도 먹는 것이 혐오스러워지는 그런 시대가 올 것 같다. (닭은 좀 오래 갈 것 같다) 느낌적으로!


사람하고 개하고 같냐?

> 세련된 문화에서는, 선도하는 문화에서는, 사람하고 개하고 같다고 본다. 신분제 사회 국가에서는 귀족하고 천민하고 다르다고 본다.

사람하고 개하고 같냐? 과거의 관점이다.

 우리에게는 많은 종류의 과거의 관점이 있었지만 하나둘씩 사라졌다. '남자하고 여자하고 같냐?' '첫째하고 둘째하고 같냐?' '양반하고 상놈하고 같냐?' '서울대학 출신하고 다른 대학 출신하고 같냐?' 엄청나게 많은 이런 질문을 하면 세련된 문화로 갈수록, 선도하는 문화로 갈수록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런것이다.


언젠가 이런 논란이 생기면 저렇게 논리정연하게 설득해야지 하면서 열심히 외웠다.

세련되고 싶은, 선도하고 싶은 이들이여. 개고기 하지 마세요. 세련돼지세요. 선도하세요. 그럽시다. 우리.



- 다음주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 글이 올라옵니다. 조금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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