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고궁박물관 다시 날아오른 학 전시회 관람 에세이
누군가는 넓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엄청 작을 수도 있는 이 땅엔 고조선을 시작해 수많은 나라들이 생기고 멸망하고를 반복했다. 그중에서 대한민국 이전에 존재했던 조선은 친숙하지만 역사를 생각하면 가장 답답한 나라로 느껴졌다.
조선엔 뛰어난 업적을 가진 성군들도 있지만 그보다 암군이 더 많았고,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 지도층인 사대부들은 성리학에 집착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았다. 그래서 명나라 이외의 국가는 무시하고 관심을 갖지 않고 결국 전쟁을 초래하게 됐는데, 당시 왕은 체통도 신경 쓰지 않고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가기에 바빴다. 나라가 자신들에게 해준 것은 없지만 목숨 걸고 싸운 백성들 덕분에 놀랍게도 무너지지 않자 전쟁 이후의 무능력했던 지배체제는 더욱 강화되었고, 19세기부터 암군과 세도정치로 인해 국가의 근간은 흔들렸다. 나라가 다시 되살릴 실학자들의 이야기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부정부패한 권력자들의 수탈에 못 버틴 백성들은 민란을 일으켰다. 이런 민란들은 외세에 의해 진압당했다.
이외에도 명나라와의 조공무역을 제외하고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처럼 해외와 활발히 교류하지도 잘 받아들이지 않은 탓에 과학력과 군사력은 다른 나라들보다 많이 뒤처져서 자국의 문화를 지킬 힘도 없어서 임진왜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때 수많은 문화제가 파괴되고 빼앗겨서 현재까지도 못 찾은 보물들이 수두룩하다.
영원한 나라는 없지만 내부가 썩은 탓에 나약해진 조선은 과거 멸망한 수많은 나라들처럼 비슷한 길을 걸었고 결국 내부의 배신자들과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제국주의 열강에 합류하려는 일본에 의해 멸망했다. 나라는 망했지만 독립을 포기하지 않고 행동한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덕분에 독립의 희망이 보였으나 임시정부의 군사작전을 5일 앞두고 원폭 투하로 일본이 패망해 자주독립은 물거품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포함되었다면 일본 대신에 한반도가 분단될 일도 없고 한국전쟁과 70년 휴전도 일어나지 않고 우리 문화제들도 다 돌아왔을 텐데 참 아쉽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요인들로 인해 왕세자의 혼례를 비롯한 왕실 행사와 왕세자의 천연두 완치 기념 등으로 제작된 해학반도도는 1920년대에 머나먼 미국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못하다가 미국의 데이턴 미술관이 작품 전시를 위해 한국에 보존처리를 요청한 덕분에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한국 조폐공사가 후원해서 16개월 간의 보존처리를 통해 본래의 모습을 찾은 해학반도도는 다시 국외의 소장처로 돌아가기 전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되었다.
오늘 국립 고궁박물관에 방문해서 눈 앞에서 본 해학반도도는 실존하는 병풍들 중 가장 큰 병풍이라 특별했고 금박 칠 된 배경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 십장생 중 바다와 학, 복숭아를 중점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점 덕분에 정말 계속 한국에 남아있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십장생 전부 그려진 것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바다, 학, 복숭아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의 보물을 국내에서 본 적이 없어서 더 특별하다.
그림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학 여섯 마리는 각각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세밀한 깃털 표현이 수백 년 동안 남아있다는 것이 놀랍고, 눈동자와 날갯짓이 생생해서 그림 속에서 정말 움직일 듯한 느낌을 줬다.
푸르고 진한 색으로 표현된 소나무와 대나무, 산봉우리, 넘실대는 파도는 그림 속 장소가 신선들이 산다는 선경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또 그림 한가운데에 그려진 복숭아나무들은 평범한 복숭아가 아니라 곤륜산에서 자라며 삼 천년에 한 번 열매를 맺고 먹으면 무병장수를 할 수 있는 특별함을 갖고 있어서 장수를 염원한다는 의미란 걸 알 수 있다.
해학반도도를 보니 선경에 직접 가보고 싶고 천도복숭아도 먹고 싶어 졌다. 옛날 사람들도 요즘 못지않게 상상력과 표현력이 정말 풍부하단 걸 오늘 잘 느꼈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전시가 마지막 날이었지만 아직 못 본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며칠 더 추가 전시를 할 계획이라니 명절 때 사람들이 방문할 것 같다. 한 번 보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림이지만 오랫동안 이 땅에 있었으면 좋겠고 약탈당해 아직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 해외 소재 문화재들이 잠깐이라도 좋으니 더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