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저녁이 찾아들었다. 각자 제각각의 모양새가 있었던 그림자들은 어둠에 삼켜진지 오래였다.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늘도 이 길을 홀로 걸어야했다. 시커먼 길을 한 발 한발 발을 내디뎠다. 희미한 시야 속에서도 듬성듬성 전기가 나간 전광판들과 불 꺼진 창문들이 보였다. 한 때 많은 발걸음이 오갔을 철문들이 굳게 잠겨있는 걸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그 때 발 밑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햇빛은 방문조차 하지 않고 달빛은 흘겨보는데. 고개를 들었다. 나를 내려보고있던 가로등과 눈이 마주쳤다. 샛노랗고 둥근 눈동자가 밝게 빛나고 있다. 저 가로등은 내가 존재하기 전부터 이 자리에서 서있었을 것이다. 한 때는 영원하다고 생각했을 풍경들을 조용히 보고있었다. 이렇게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은 가로등 밖에 없는 듯 하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바퀴와 발들이 보이는 집에 돌아가기 전축 처진 쓰레기봉지처럼 가로등에게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