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김나윤

by 김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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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 1시, 구석진 울타리에 줄을 친 샛노란 얼룩을 거미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검고 날카롭지만 참 가느다란 다리가 매력적이었다. 거미는 날벌레가 언제 걸려들까 조급해하지도, 언제 누가 하얗고 투명해 낚싯줄마냥 반짝이는 집을 끊을까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따뜻한 노란 햇볕에 식곤증에 취한 듯 편안히 대자로 누워있었다. 늦은 밤마다 한 평 남짓한 곳으로 돌아와 꿈틀거리며 신음하는 나와는 달랐다. 투명하지만 질긴 얼기설기 쳐진 거미집 너머로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습하고 구역질 나는 햇빛마저 방문을 꺼리는 내 집보다 잘 사는 거미를 보니 왠지 모르게 질투가 났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이의 보금자리를 만들려 철근과 벽돌을 나르는데, 거미는 오로시 자신만을 위해 지었기 때문이다. 그냥 저 불법 건축물을 철거해버릴까 봐 손가락을 휘두르려는데 옛날 생각이 났다. 재개발 구역이 된 하늘과 가까웠던 동네에서의 시간은 매일 파괴의 일상이었다. 검은 캡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망치를 휘둘러 부서져서는 집을 뒤로하고 이리저리 새끼거미처럼 허공을 떠돌아다녔었다. 차마 내 손가락도 그때의 망치로 바꾸고 싶지 않아 그냥 뒤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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