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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남아 있는 한
인간은 호흡이 남아 있는 동안 책임이 남아 있는 존재다. 기회가 끝났다는 판단은 언제나 인간 쪽에서 먼저 내려진다. 세상은 그 판단을 승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인간은 여전히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장 불편한 증거다.
이 지점에서 의지는 미화될 필요가 없다. 의지는 선택이 아니라 부여된 조건이기 때문이다. 심장이 뛰고, 신경이 반응하고, 근육이 작동하는 한, 인간은 이미 ‘계속됨’의 상태에 놓여 있다.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포기라는 개념이 존재론적으로 아직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남는 것은 희망도, 용기도, 성취도 아니다. 끝에 남는 것은 결과 없는 과정이다. 성공과 실패가 모두 의미를 잃은 자리에서 인간은 단지 ‘살아 있었음’으로만 기록된다.
삶의 심판은 결과의 평가가 아니라, 존재가 중단되기 전까지 어떻게 견뎠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모든 힘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아직 살아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끝났다고 선언할 수 있는 시점은 숨이 멈출 때, 이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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