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림의 궤적

40‰

by 김가희




§ 흔들림의 궤적


삶의 정렬은 질서정연함이나 안정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렬을 흔히 멈춤이나 균형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 삶이 정렬되는 순간은 대부분 흔들리고 있을 때다. 감정이 어긋나고 선택이 겹치며 방향이 불분명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기존의 배열을 벗어난다.


이때 인간은 자신이 무너졌다고 판단하지만, 실상은 이전의 정렬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신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삶은 정돈되기 전에 반드시 흐트러진다. 이것은 실패의 전조가 아니라 재배열의 조건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우리의 삶은 지나치게 산만하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선택들, 일관성 없어 보이는 감정,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그 모든 요소는 하나의 궤적을 형성한다.


우리는 단일한 방향으로 직선 이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넓은 면적을 통과하며 형상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그래서 삶에는 위와 아래가 동시에 필요하다. 상승만으로는 깊이를 만들 수 없고, 하강 없이는 밀도가 생기지 않는다. 흔들림은 하나의 생이라는 그림을 완성하는 음영이다.



삶의 정렬이란 결국 어디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있느냐의 문제다. 더 크게 위아래로 움직여도 괜찮다. 더 멀리 돌아가도 괜찮다. 경험을 넓히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일은 삶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다.


실패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실패가 아니라 좌표의 이동이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 한, 삶은 결코 무너진 적이 없다. 지금 이 흔들림 역시, 더 큰 그림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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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n9a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