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닌 채로 걷는 삶

41‰

by 김가희




§ 지닌 채로 걷는 삶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지닌 채 이동한다. 유보한 결단, 끝내 정리되지 않은 관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신념들. 인간의 이동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보이지 않을 뿐, 각자는 자신만의 밀도를 가지고 움직인다.


문제는 그 밀도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오래 유지된 것은 무게가 아니라 구조가 된다. 구조가 되면 감각에서 사라지고, 감각에서 사라진 것은 질문되지 않는다. 그래서 삶이 무겁다고 느낄 때조차, 우리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이미 충분히 축적된 내적 조건을 점검하지 않은 채로.


이동은 비워내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지금의 상태가 여전히 유지 가능한지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우리가 지닌 것들이 결국 우리를 규정한다면, 인생의 진보는 그 규정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능력에 있다. 삶은 가벼워지기 위해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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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n9a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