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섦의 방향성

42‰

by 김가희




§ 낯섦의 방향성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감각이 흩어져 있고, 기준이 고정되지 않았으며, 무엇을 중심에 둘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 그래서 낯선 순간에는 판단보다 반응이 먼저 나오고, 생각보다 몸이 앞선다. 우리는 이 상태를 불안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방향이 열려 있는 시간이다.


빛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공간은 즉시 구조를 가진다. 위와 아래가 생기고, 깊이와 거리, 통과와 차단이 나뉜다. 질서는 설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힘이 관통할 때, 그 힘을 기준으로 주변이 재배치될 뿐이다. 낯섦은 혼란이 아닌, 아직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장이다.


그래서 시작하는 사람은 언제나 과잉 상태에 있다. 의미가 많고, 선택지가 많고, 불필요한 감각까지 모두 살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과잉 속에서만 새로운 배열이 가능하다. 정돈되지 않았기에 움직일 수 있고, 확정되지 않았기에 다른 방향이 허용된다. 새로움 앞의 떨림은 살아 있음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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