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함 아래

45‰

by 김가희




§ 익숙함 아래


사람은 늘 새로운 장면 속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익숙한 구조 안을 반복해서 통과한다. 장면의 색이나 등장인물은 달라지지만, 판단이 미끄러지는 지점과 불안이 발생하는 위치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반복은 언제나 생각보다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겉으로는 선택처럼 보이는 행동들 아래에는, 이미 여러 번 검증 없이 통과된 사고 경로가 놓여 있다. 질문하지 않아도 안전했던 순간들이 쌓이면서 사유는 자동화되고, 인간은 사고하기보다 반응을 재생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답이 아니라, 반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깊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구조를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내려가는 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처음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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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n9a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