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어가는 반사된 시간

17‰

by 김가희




§ 익어가는 반사된 시간


도시는 언제나 여러 방향을 가리킨다. 오른쪽과 왼쪽, 혹은 앞과 뒤. 그러나 표지판이 많을수록 길은 오히려 모호해진다. 우리는 수많은 화살표 앞에서 머뭇거리며 정작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잃어버린다.


거울 속 거리에는 또 다른 현실이 비친다. 그곳의 건물과 하늘은 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로 기울어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으로서는 온전함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늘 반사된 시간을 따라 걸어간다.


결국 우리가 택하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 누구도 대신 걸을 수 없고, 다시 돌아볼 수도 없는 길. 바로 그 불가역성이 생을 아름답게 만든다. 삶은 방향이 아니라, 걸음 그 자체로 증명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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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n9a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