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벽의 내면

25‰

by 김가희




§ 장벽의 내면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다른 나를 마주한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 표정, 감정의 결. 그때 느끼는 ‘나’는 두 갈래다. 내가 인지하는 나, 그리고 타인이 나라고 부여한 나. 둘 다 나일 수 있고, 한쪽은 왜곡된 그림자일 수도 있다. 자아는 환경에 반응하며 표면을 계속 바꿔 나간다.


그러나 표면이 달라진다고 본질까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변하는 것은 드러난 부분뿐이다. 중심은 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지탱한다.


문제는 대부분 그 중심을 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어릴 적부터 겪어온 상처와 경험의 잔해들이 장벽처럼 겹겹이 쌓여 본질을 가리고, 결국 우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판단은 대부분 왜곡된다. 겉면만 보고 내린 결론은 사실에 닿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함을 찾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멈추는 일이다. 장벽을 치우기 전까지는 본질을 볼 수 없으니까. 멈춤이야말로 자아가 제 모습을 되찾는 첫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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