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남는 것에 대하여

31‰

by 김가희




§ 끝까지 남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늘 눈앞의 결과를 향해 달린다. 합격과 실패, 성취와 좌절의 이름들이 삶을 규정한다. 그래서 하나의 결과가 도착할 때마다 삶 전체가 평가받는 듯 흔들리기에 어떤 날은 과도하게 기뻐하고 어떤 날은 깊이 무너진다.


그러나 우리가 결과라 불렀던 것들은 또 다른 시도의 발판이 되고, 다음 과제의 시작이 된다. 하나의 결과에 모든 의미를 걸면 그다음 순간에는 필연적으로 허무가 찾아온다. 끝났다고 믿은 순간에도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과정에 온전히 참여했던 시간은 결과의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내부에 남는다. 그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선택에 영향을 준다. 당장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쏟아온 시간과 감정이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인생에는 실패가 없다. 삶은 이야기가 축적되는 움직임이다. 인간은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 생의 끝에 남는 것은 오직 결과 없는 과정뿐이니, 인생의 값짐은 즉시 판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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