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를 보지 않기 위해 만든 하늘

37‰

by 김가희




§ 아래를 보지 않기 위해 만든 하늘


높이는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선을 제한한다. 아래를 보지 않으려는 태도가 위를 숭배하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더 높은 곳에 답이 있다고 믿지만, 그 믿음은 대부분 내려다보기를 거부한 결과다. 위에 있을수록 보이지 않는 것이 많아지고, 보지 못하는 것은 신화로 대체된다.


깊이는 다르다. 내려다보는 순간 구조가 드러난다. 바닥이 있는지,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내가 서 있는 지점이 얼마나 얇은지 알게 된다. 깊이는 감정을 요구하고, 감각을 요구하며, 사유 이전의 진실을 들이민다.


깊이를 견디는 순간, 높이는 사라진다. 올라가려는 충동은 사라지고, 대신 지금 서 있는 이 구조를 읽으려는 감각이 생긴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숭배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는다. 위치의 자리에는 관계의 이해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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