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딜 수 있는 범위로

36‰

by 김가희




§ 견딜 수 있는 범위로


다가오는 현실은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직하다. 그것은 미루거나 덮어두어도 반드시 형태를 드러낸다. 그래서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태도의 문제에 가깝다.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택, 과장하지 않겠다는 결심. 이미 금이 간 부분을 정확히 바라보는 일, 회복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회복은 다시 강해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균열이 생긴 채로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새로 갖추는 일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회복을 ‘괜찮아지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조정되는 과정이다. 아픔이 사라지지 않아도 일상을 지속할 수 있고, 불안이 남아 있어도 판단을 멈추지 않는 상태. 그 정도면 충분하다.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모든 것을 견디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회복은 속도를 늦추는 일이며, 방향을 다시 정렬하는 일이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다가오는 현실을 인식한 채, 동시에 스스로를 회수하는 것. 놓치지 말아야 할 회복은 언제나 그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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