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남은 시간

35‰

by 김가희




§ 몸에 남은 시간


사람은 살아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삶을 설명하려 든다. 왜 이런지, 무엇을 느끼는지, 이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그러나 살아 있음은 해석되는 순간부터 멀어진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감각, 피부에 닿는 온도, 이유 없이 가라앉거나 솟는 몸의 반응. 그것들은 사유 이전에 이미 도착해 있다. 삶은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감각된다.


우리가 혼자가 될 때 불안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각할 대상이 사라지면 감각만 남기 때문이다. 말해 줄 사람이 없고, 규정해 줄 구조가 없을 때 몸은 갑자기 많은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공기 소리, 시간의 무게, 이유 없는 긴장과 이완. 대부분은 이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사유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건 공허가 아니라, 살아 있음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반전은 여기 있다. 살아 있음을 사유로 붙잡으려 할수록 삶은 얇아지고, 감각을 허용할수록 오히려 단단해진다는 것. 의미를 찾지 않아도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버거운지, 지나가고 있는지, 혹은 충분한지.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더 잘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 더 정확히 느끼는 일이다. 생각이 멈춘 자리에서 남는 그 감각이,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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