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레드엘마 침동렌즈를 꺼내보았습니다. 아마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거 같은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같습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발군의 렌즈는 아니지만 그 비범하지 않음으로 제 사진생활을 처음부터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볼품없이 보인 덕분에 오랫동안 베이지 않는 나무가 종국에는 제 역할을 하며 생을 마감한다는 옛 이야기는 인생사 새옹지마와 맞닿아 있는 것 같네요. 낭중지추로 이곳 저곳을 톡톡 튀며 깃발을 날리던 사람이 어느새 뒤쳐져있기도 하고, 굽어서 팔리지도 않던 사람이 그 진득함으로 오래도록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레드엘마를 더 많이 아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