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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을비

by 성기노

11월은 왠지 무명용사의 이름없는 비석처럼 그 존재감이 희미한 것 같습니다. 가을은 '10월의 마지막 밤'이 그 깊이를 더하고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이하는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11월은 아무런 감흥도 없이 흐릿한 기억으로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 11월은 슬픔과 아쉬움의 달로 또렷하게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아직 먼 길을 떠나지 못하고 '이곳'을 아쉬워하는 듯 마지막 만추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네요. 이 비가 그치면 곧 겨울이 오겠지요. 1을 잃었지만 또 다른 1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이윽고 11'이 되어 서로 기대고 의지해 살아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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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전하는 말



반기룡


한 사람이 서 있네

그 옆에 한 사람이 다가서네

이윽고 11이 되네

서로가 기댈 수 있고 의탁이 되네

직립의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시네


북풍한설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을 곧은 보행을 하고 싶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올곧은 모습으로

어기여차 어기여차

장단에 맞춰 풍악에 맞춰

사뿐히 사뿐히 걸어가시네


삭풍이 후려쳐도

평형감각 잃지 않을

온전한 11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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