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창밖을 보니 눈발 날리는 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 한겨울에 조용히 새순을 머금고 있는 목련이 눈에 밟히네요. 겨울에 벌써 봄을 준비하는 자연이 경이롭네요. 해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봄이 오기 전 지금 이 한겨울이 목련에게는 가장 치열하고 화려한 날이지 않을까요...
목련은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고 합니다. 그게 종족의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먼저 꽃을 피우면 다른 경쟁 꽃보다도 곤충을 먼저 차지할 수 있고 그만큼 꽃가루 운반 확률이 높아지니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목련은 겨울이 갓 지나 초봄에 비교적 일찍 꽃을 피웁니다. 사람들이 하얀 목련을 더욱 좋아하는 것은 주변에 그와 비교할 꽃이 없어 더 돋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목련은 가을 낙엽이 진 후부터 바로 땅속에서 광합성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서너 달을, 다른 나무들이 느긋하게 동면에 빠져 있을 때 목련은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이른 봄에 꽃을 피워서 곤충들을 일찍 맞이한다고 합니다. 목련의 새순을 보니 일찌감치 행장을 꾸리고 먼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비장함이 생각나네요.
==============